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허미정, 5년만에 LPGA 우승 “아버지 감사해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마지막 18번홀 그린. 챔피언 퍼트인 1.2m 파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투어 생활의 고단함을 절반으로 나눠 가졌던 캐디 아버지는 흐느끼는 딸의 등을 조용히 두드려줬다. 5년 만에 다시 무대의 중심에 선 딸과 아버지는 이제 우승의 기쁨을 두 배로 불려 만끽할 차례다.

또 한 명의 ‘세리키즈’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정복했다. 허미정(25)이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5년 만에 통산 2승째를 기록했다.

허미정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트레일(파72)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6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4타 차로 여유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허미정은 투어 데뷔해였던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400만원). 21언더파는 허미정의 개인 최저타기록이자 이 대회 역대 최저타 신기록이다. 허미정의 우승으로 한국 낭자 군단은 올해 6승을 합작했으며 지난주 김효주(19)의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J골프]

그 또래의 여자 골프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허미정도 박세리의 ‘맨발투혼’을 보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다. 대전체고 시절인 2005년부터 2년 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허미정은 2008년 미국으로 진출, 2부 투어를 거쳐 이듬해 L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해 8월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루키 돌풍’을 예고했지만 허미정의 활약은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리더보드에서도, 팬들의 뇌리에서도 사라졌다. 허미정의 존재감이 다시 드러난 건 불과 3주 전부터였다. 이달 초, 5년 전 자신이 우승한 대회(포틀랜드 클래식으로 변경)서 공동 9위, 에비앙 챔피언십서 공동 3위로 급상승세를 탄 것. 그리고 마침내 이 대회서 정상에 오르며 3주 연속 톱10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가장 큰 무기는 퍼트였다. 올해 라운드 당 평균 퍼트수 28.94개를 기록, ‘컴퓨터 퍼팅’ 박인비(28.99개)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 전부터 스윙 교정을 하다 “방향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고충을 토로했던 그는 최근 스윙이 잡히면서 장기인 퍼트까지 되살아났다. 여기에 176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 위기에서도 흔들리지않는 침착한 성격이 더해지며 고대했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허미정은 우승 후 모든 공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아버지 허관무(60) 씨는 고향 대전에서 하던 의류사업도 접고 미국으로 날아와딸의 뒷바라지에 힘을 쏟았다. 이날도 허미정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 동안 지인들이 축하하며 뿌린 물로 흥건해진 딸의 팔을 닦아주고 셔츠 깃을 바로 잡아주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허미정은 “첫 두 홀에서 버디를 잡고 출발하면서 편안하게 경기했다. 16번홀 버디 후엔 우승을 생각하고 마지막 두 홀은 즐기면서 했다”며 “아버지가 있어 우승할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