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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특별법 10년, 그후]강남 룸살롱 3년새 17% 감소, “빈자리는 변종업소가 채워”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2004년 시행된 성매매방지법과 경기 침체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서울 강남구에 밀집한 유흥업소는 매년 감소세다. 하지만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전통적인’ 유흥업소가 줄어든 만큼 적발하기 더 까다로운 불법 변종 업소가 더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2일 강남구청 감사담당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769개였던 유흥업소(유흥주점 335개ㆍ단란주점 434개)는 2014년 8월말 현재 611개(유흥주점 277개ㆍ단란주점 334개)로 총 158개(20.5%) 감소했다. 2년8개월간 유흥주점은 58개(17.3%), 단란주점은 100개(23.0%)가 문을 닫은 것이다. 여기에서 유흥업소란 흔히 말하는 룸살롱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성 접대부가 고용되는 곳이다. 단란주점은 음주가무가 가능하나 여성 접대부는 고용되지 않는 곳으로 분류된다.

강남구 사정에 밝은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흥업소와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접대부가 줄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인 대략 6∼7년 전부터다.

<사진설명>성매매특별법은 효과도 있었지만, 풍선효과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전통적인’ 유흥업소가 줄어든 만큼 적발하기 더 까다로운 불법 변종 업소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com

논현동의 한 미용실 원장은 “2000년 후반만 해도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업소 종사자들이 북적여 전쟁처럼 바빴다”면서 “하지만 폐업하는 업소가 늘어난데다, 경기가 안좋아 접대부 스스로 헤어ㆍ메이크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다른 미용실은 “10년 전 하루 평균 80명 정도의 아가씨가 방문했는데 요즘에는 반토막이 나 40명 정도 미용실을 찾는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도 “논현동 원룸이나 역삼동 오피스텔에 입주한 업소 여성들의 숫자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강남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룸살롱의 영업 부장 A(30대) 씨는 “유흥업소도 종류가 많은데 우리와 비슷한 유형의 가게가 10년 전에는 10개였다면 지금은 5개 정도만 남았다”며 “개인차가 있지만 아가씨가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은 평균 800만원에서 요즘 600∼700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처럼 강남구 유흥업소가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지속적인 단속과 압박, 성매매방지법 시행 덕이 크다.

강남구청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담당하는 것은 감사담당관 소속 시민의식선진화저해사범전담팀이다. 2012년 7월부터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시작으로 작년 7월 정식 팀으로 개편됐다. 팀장 1명, 팀원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사법결찰 지명을 받아 수사권을 갖고 있다. 행정처분과는 별도로, 팀이 직접 피의자들을 심문해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김인종 수사관은 “업소는 물론 업소가 입주한 건물의 건물주에게도 불법 용도변경 등에 대해 전국 최초로 이행강제금, 시정명령 등을 내리는 등 다양한 압박 수단을 사용해 건물주가 업소와의 계약을 꺼리게 만든다”고 했다. 또 “강남 거리에 뿌려지는 명함 크기의 전단지에 적힌 번호가 업소와 손님을 연결하는데 이를 발견하는 족족 통신사에 신고해 번호를 정지시킨다”고 했다. 룸살롱 영업부장 A 씨는 “서울시경 등 큰 단위에서 나오는 단속은 많지 않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인근 지구대의 단속이 잦다”며 “경쟁 업소가 신고를 할 때도 있고, 다른 종류의 업소가 신고를 해서 골탕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업소 상당수가 손님과 업소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에다 회원가 할인 혜택 따위를 제공하거나, 초저녁 입장 손님에게 할인가를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를 내건 경우가 많다. 회사원 박모(36) 씨는 “단속이 많은 시기에도 오히려 단속 때문에 입장을 기다리는 시간도 적고 여성 접대부에 대한 선택권이 늘어난다며 단골 손님을 적극 유인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하고 단속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자 역삼동의 한 룸살롱 관계자는 “어느 업종을 가든 단속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요즘에는 룸에서 성관계까지 맺는 특정 종류의 업소에 대한 단속이 많지, 우리는 절대 단속 안 받는다. 단속에 시달렸다면 같은 자리에서 3년 넘게 장사를 해 왔겠냐”고 회유했다.

일부에서는 불법 성매매업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매매를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각지대에 숨어드는 변종 업소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룸살롱 관계자는 “법 시행으로 카드는 절대 받지 않고 탈세 등을 일삼는 더 질 낮은 오피걸, 풀싸롱 등 변종 업소가 음지에 많이 생겨나고 있고, 요즘에는 어린 여성 대부분이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논현동의 한 미용실 원장도 “미용실을 찾는 업소 여성들이 줄었지만 그것은 미용실이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어난 탓도 있다”며 “변종 업소가 증가했기 때문에 업소 종사 여성들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작년 4월에만 학교 주변 키스방 등 변종 업소 49개소를 적발했지만 곳곳에 숨어드는 업소에 대한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종ㆍ변종 업소에 대한 현황 파악 역시 안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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