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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 현대차 강남 노른자위 먹은 죄?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던 삼성동 한전 부지의 주인공은 현대차그룹으로 결정됐습니다. 재계를 놀라게 했던 10조원이 넘는 배팅 금액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야당은 사내유보금 문제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난 17일 한전 부지 주인으로 현대차가 발표되기 약 10분 전 새정치민주연합 예산안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쌓여있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가 아닌 투기에 쓰이고 있다. 마지막 남은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 삼성동 한전 부지 매각 입찰 감정가가 3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삼성과 현대 두 재벌기업이 가세하면서 10조원가량의 투기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158조원, 현대차의 사내유보금 114조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 사례”라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벌어들인 돈이 투자되지 않고 막대한 규모의 사내유보금으로 쌓여 있다가 정부의 특혜성 땅투기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그동안 유보금 과세를 주장하면서 따끈따끈한 사례가 필요했던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사례는 없었던 것입니다. 마침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보금 과세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반박 카드가 필요했던 차에 현대차가 3.3㎡당 4억원이 넘는 돈을 쓰자 당내에서는 “땡큐”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사실 한 달 전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신설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 쌓아두니 여기에 세금을 물리자고 주장하던 차에 투자ㆍ임금증가ㆍ배당에 들어가는 돈이 기준에 미달될 경우 과세하는 정부안이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업 현금이 돌 수 있게 하는 취지 면에서는 딱히 꼬집을 부분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현대차가 거액의 돈으로 한전 부지를 꿰차면서 법인세 감면을 향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목소리는 다시 커졌습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2012년도 45조9000억원이었던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는 43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도 정부는 당초에 46조원의 법인세 수입을 예상했지만, 내부적으로는 2조원을 낮춰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도 “정부로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종 조세감면제도에 따라 매년 약 1조원의 세제 감면을 받고 있다. 부동산 매입에 10조원씩 쓰는 대기업에 대해 더 이상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유보금 과세에 숨죽였던 다른 기업들에도 ‘현대차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도 주요 기업에는 여당이라는 우군이 늘 곁에 있나 봅니다. 세제 관련 새누리당 핵심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현대차 영업이익이 5% 넘게 줄었다. 이는 현대차 주변의 벤더기업(납품업체)들에도 악재다. 규제완화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고 말했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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