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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도 갈팡질팡, ‘결정장애세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우리 세대에게는 뭐든지 허락되고, 그래서 뭐든지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택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진다. 그런데 선택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거기에 대한 반동으로 ‘뭐라도 좋으니 제발 어떤 기준이라도 있었으면, 지침이 되는 방향이 제발 좀 있었으면, 지침이 되는 방향이 제발 좀 있었으면’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방향 없이 갈팡질팡하는 세대, ‘결정장애세대’로 지금 세계의 젊은이들을 지칭한 책 ‘결정장애세대’(올리버 예게스 지음, 김희진 옮김, 미래의 창)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저자 올리버 예게스는 1982년 오스트리아 빈 태생의 저널리스트로 스스로를 결정장애세대, 즉 메이비족이라고 규정한다. 이 책은 결정장애세대의저자가 쓴 자기 세대에 대한 보고서다. 결정장애세대(Generation Maybe)는 올리버 예게스가 지난 2012년 독일 일간 ‘디 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층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면서 사회화됐다. 저자는 글로벌 담배 회사인 말보로가 2011년 내세웠던 광고 문안으로부터 이 이름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청소년들의 흡연 욕구를 부추긴다고 2013년 금지 판결을 받은 광고문구는 “메이비족이 되지 마세요, 말보로족이 되세요’(Don‘t be a Maybe, Be Malboro)였다. 


저자는 “사실 우린 다들 잘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느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는 느낌, 뭐라 이름붙일 수 없는 그런 느낌이 우리 세대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메이비족이다. 내 친구들도 메이비족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친구의 친구들도 메이비족인 것 같다”고 밝힌다.

그래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앓고 있는 ‘결정장애’란 방향을 잃은 것이며,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병적으로 모든 결정을 뒤로 미루는, 심리학의 용어로는 ‘지연 행동’이라 부르는 것이다.

무엇이 결정장애를 가져왔을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다. 전에 없이 풍요롭지만 정작 생계와 취업이 어려운 경제상황, 모든 것이 연결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디지털화, 부모세대인 68년세대의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공동체의 붕괴를 낳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가 ‘결정장애세대’다.

저자는 ‘결정장애세대’답게, 동시대 젊은 세대의 현상을 기술하면서 이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섣부른 희망이나 절망도 없다. 심오한 분석은 없지만, 동시대 다양한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고 관찰하며 솔직하게 써내려간 가감없는 고백과 풍부한 사례, 감성적인 토로가 미덕이다. 저자는 형식과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세대의 소비와 정치성향, 대중문화, 섹스, 연애, 사랑, 디지털 라이프에 대해 자유롭게 써 내려갔다.

‘젊은 세대에게 과연 희망은 없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행간에 남겨진 독자들의 몫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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