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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ㆍLG 틈바구니 속 한국서 여전한 밀레…바탕에는 안규문 사장
“시장 상황 따라 체질 개선…B2Bㆍ인터넷 비즈니스 도입”
외국계 기업 중 최장수 CEO…“프리미엄 시장도 자신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밀레코리아 사옥 밀레하우스 1층 전시장. 판매장을 겸한 이곳에 있는 진공청소기 위에 안규문(63ㆍ사진) 밀레코리아 사장이 올라섰다. “보시다시피 부서지지 않고 튼튼합니다. 본사에서는 100㎏짜리 남성이 올라가 실험합니다.” 세계적인 가전 업체 삼성전자ㆍLG전자의 본산인 한국 시장에서 해외 가전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독일 업체 밀레의 저력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밀레의 힘을 한국에서 통하게 한 사람이 바로 안 사장이다.

안 사장은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벌써 취임 10년째다. 밀레의 해외 법인들 중 첫 현지 출신 법인장이기도 하다. 이미 독일 본사로부터 2016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2012년 밀레코리아는 전 세계 법인들 중 매출 성적이 좋은 법인에게 주는 ‘밀레 어워드’ 3위를 차지했다. 올 초 독일 본사가 프랑스 시장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전 업체 인지도 조사에서도 28%를 기록하며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3위를 차지했다. 안 사장이 보여준 혁혁한 성과에 밀레는 점차 현지 출신 해외 법인장 수를 늘리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안 사장은 1976년 ㈜쌍용에 입사, 전 세계를 누비며 해외 법인장까지 올랐던 수출역군 출신. ‘영업맨’으로 사반세기 넘게 투신했던 종합상사에서 성공의 노하우를 배웠다. 그는 “기업이 실적을 올리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 바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며 “한국 고객과 시장 상황에 맞춘 비지니스가 밀레의 착근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안 사장은 꾸준히 밀레코리아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2005년 밀레코리아 설랍 당시 그는 B2B(기업 건 거래) 사업에 몰두했다. 강남구 타워팰리스 같은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세탁기 같은 밀레의 생활가전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안 사장은 B2B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건설 경기의 하락을 예측한 안 사장은 서둘거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파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예산이 한정돼 광고나 마케팅을 하기 어려웠던 밀레코리아가 택한 방법은 인터넷. 온라인에서 가전제품을 팔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밀레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쇼핑몰에는 ‘밀레, 진작 쓸걸 그랬어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밀레코리아의 매출 성장률은 해마다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제품이 부족해 비행기로 실어 왔을 정도였죠. 백화점에서는 입점 요청이 쇄도하고. ‘20년 이상 쓰는’ 가전제품은 마케팅 만큼이나 구전(口傳)이 중요합니다.”

B2Cㆍ인터넷 비즈니스는 독일 본사가 도입했을 정도다. 안 사장을 이를 위해 본사로 수 차례나 강연을 나갔다. 안 사장은 ”올해에는 아마 거의 100% B2C에서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가전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홈그라운드다. 이들 업체는 ‘내년 생활가전 세계 1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안 사장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밀레는 이미 1990년대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했던 회삽니다. 프리미엄 제품 시장도 자신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프리미엄’ 한 길만 팠으니까요. 이제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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