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자취 감추는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의 아스라한 풍경

<포토 에세이> 째깍째깍! ‘시간의 추억’을 이젠 접어야만 한다…

서울시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 광장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이곳엔 약 1400여개의 시계와 귀금속 상가가 밀집해 있다.

이곳에는 단돈 몇 천원짜리 중국산 아동용 손목시계부터 수천만원을 넘는 고급 스위스 손목시계 까지 한 점포에서 살 수 있는 요지경 같은 곳이다.

우리에겐 ‘시계골목’이란 이름이 익숙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시계·귀금속 골목’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곳의 시계전문 점포는 300여곳. 나머지 대부분의 점포는 시계와 귀금속을 같이 판다. 시계수리점만 해도 40여곳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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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동 시계 골목은 1960년대 청계천변 상인들이 종로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이후 시계 골목에 귀금속 상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혼수 준비 장소로 1970,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등장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전화에 밀린 시계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명품 예물 시계 상권이 백화점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시계 골목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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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지역이 재개발 대상이 되고 종로4가 사거리 건너편 인의동 세운스퀘어에 귀금속 전문상가가 들어서면서부터 상당수 예지동 일대 시계·귀금속 상점들이 세운스퀘어로 이주했다. 현재 시계 골목은 2m 남짓한 폭 좁은 골목 옆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시계 상점들이 약 200m 길이에 드문드문 들어서 쇠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쇠락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지금도 수십 년 노하우가 쌓인 ‘장인(匠人)’들에게 시계 수리를 맡기기 위해 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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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40년의 명장 정윤호 명품갤러리 대표는 “못 고칠 정도로 고장 난 시계의 경우엔 부품을 만들어서라도 고쳤다. 기술과 관련된 일에는 열정을 쏟았다. 물론 시계 판매수익보다 수리수익은 턱없이 적었다. 그러나 돈만 보고 시계업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계의 핵심장치인 무브먼트(시계 구동 부품)를 국내에서 개발하지 못한다고 해도, 시계판 장식과 케이스 등 여타 부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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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자상가, 공구상가, 시계 보석 상가와 가공 등이 밀집되어 있는 장사동, 예지동, 산림동, 입정동은 세운상가 균형발전촉진지구라는 미명 이제 곧 그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포토 에세이> 째깍째깍! ‘시간의 추억’을 이젠 접어야만 한다…

디지털 산업과 아날로그 산업이 공존하는 이곳. 누구를 위한 개발이 아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개발이기를 바란다.

글ㆍ사진=윤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