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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에 둥지 튼 ‘대나무숲’…SNS서 고백하는 고독한 대학생들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좋아하는 동기랑 같은 수업을 듣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친하게 될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너무 힘든데 위로받고 싶어요… 술 마셔주실 분 없나요”

서울 모 대학교의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게재된 글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SNS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 이성에게 고백을 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방식의 의사소통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20대들이 학점관리와 취업준비 때문에 동아리 등 공동체 활동을 기피하면서 친한 친구에게나 털어놓을 법한 고민을 익명의 다수에게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를 운영하는 학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시립다, 단국대, 동국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등이다. 용인대, 순천대, 충남대 등 서울 외 지역에서도 최근 대나무숲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대나무숲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 상에서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며 글을 게재하는 일종의 익명 게시판이다. 지난 해 직장인들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불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 위한 목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출판사 옆 대나무숲’ ‘게임회사 옆 대나무숲’과 같은 방식으로 대나무숲이 생겨나면서 주목받았다.

과거 대나무숲이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개설돼 업무 환경의 불합리함을 여과없이 토로하는 용도로 사용됐던 것과는 달리,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대나무숲에는 친한 지인과 할만한 대화가 오가는 게 특징이다. “독강(혼자 강의를 듣는것)을 하는데 혹시 같이 수업을 들을 사람 없느냐” “00학과에 00씨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 글을 보면 연락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게시글이 많은 학교의 경우 이미 5000여 건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대나무숲 계정을 개설한 학교도 많다. 


신입생이 모두 송도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세대의 한 학생은 지난 16일 “오후 시간에 송도에서 신촌에 가는 건 힘든데 동아리 모임에 늦게 왔다고 선배가 꾸중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며 “윗학번으로 갈 수록 송도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말해 다른 신입생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다.

대학교 대나무숲은 최근 수년 간 동아리활동 등 공동체 생활을 하기보다는 학점, 토익공부 등 개인 생활에만 매진하는 대학생들이 ‘외로움 해방구’로 SNS를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 재학 및 졸업생 390명 중 47.7%가 대학생활 중 아웃사이더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바 있으며, 60%에 이르는 학생들이 학과행사에 불참하거나 혼자 밥을 먹는 등 개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이르는 학생들이 과ㆍ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이같은 활동이 20대 청춘들의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지는 의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대학생의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어렵다면 SNS 상의 관계로라도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간관계는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할 수록 깊어지고 친밀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편리함을 위한 개인주의보다는 오프라인상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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