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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세계에 팔 수있는 방송포맷 만들것”
- 김일중 SBS크리에이티브오아시스랩 차장
범용성 · 고유성 개발이 수출 관건
내수용 전작도 재조명 · 재판매 추진


지난해 SBS는 지상파 방송사에선 처음으로 포맷 연구, 개발 및 유통 부서를 신설했다. 편성전략본부 산하 크리에이티브 오아시스 랩(Creative Oasis Lab)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TV포맷 연구를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김일중 차장<사진>이 현재 SBS 콘텐츠의 포맷 연구를 이끌고 있다.

분당 시청률에 희비가 교차하는 시장에서 그간 국내 방송사들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상파 3사가 치열하게 싸워왔다. 지난 수년간 국내시장에만 치중했던 방송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방송포맷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소프트파워 시대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떠오른 방송포맷은 시즌을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고유속성으로 인해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단순 프로그램 판매를 넘어 해당 국가와 지속적인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데에서 새로운 한류시장을 개척할 동력이 되고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CJ E&M은 지난 몇 년간 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아빠!어디가’(MBC)를 비롯한 총 9개의 방송포맷이 수출됐고, 올해 SBS에선 ‘런닝맨’, ‘웃찾사’가 중국에 수출됐고 ‘짝’과 ‘자기야’ 역시 긍정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다.

최근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난 김일중 차장의 사무실에는 지난 5년간 방송된 ‘런닝맨’에서 시도한 기발한 게임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두 권의 두꺼운 책자가 놓여있었다. 



“포맷 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의 개념인 브랜드 가치와 제작 노하우를 주고받는 시장”이라는 김 차장은 “추상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제작과정에서의 품질관리를 위해 당연히 ‘바이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블 제작은 PD들의 머릿속에 담긴 노하우이기에 작업과정은 상당히 까다롭지만, ‘바이블’의 완성으로 프로그램은 독창성을 인정받게 된다.

‘런닝맨’ 바이블에는 1회부터 현재까지 프로그램의 기획단계, 녹화시간 및 장소, 게스트 섭외과정, 녹화방법을 포함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기록돼있다. ‘런닝맨’ 제작진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게임들도 정리된 5년의 역사였다.

프로그램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바이블을 통해 중국에선 이미 ‘런닝맨’의 촬영이 시작됐다. 중화권 톱스타 안젤라 베이비도 그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려 지난 13일 한국에서의 촬영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조효진 PD는 플라잉 디렉터로 중국에 날아가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은 “과거 프로그램 수출을 통해 권리를 파는 시장에서 기술을 파는 시장의 형태로 진화했다”는 김 차장은 “권리와 함께 다시 태어난 프로그램의 흥행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공동제작의 형태로 노하우를 전해 “권리와 의무를 나누고, 시즌1의 성공 이후 신뢰를 쌓은 뒤 더 높은 가격으로 다음 시즌을 판매할 수 있는 수익 창출을 꾀한다”는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내 방송사들의 전략 중 하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내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공급되는 중국 시장은 현재 전 세계 방송가의 중요한 문화시장으로 떠올랐지만, 김일중 차장은 방송포맷 수출에 있어 ‘애프터 차이나’를 고민한다. “13억 인구는 중국시장의 가공할 만한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무기이지만, 중국의 폐쇄적인 시장보호정책은 고민이자 예측불가능성”이라고 짚는다.

때문에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방송포맷 수출을 위해서는 전세계 어디서든 지역화할 수 있는 범용성과 시즌이 거듭되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고유의 특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김 차장은 포맷 수출을 위한 전략 포인트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 첫 번째다. 기획단계부터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통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가족, 노래, 웃음, 극적인 변화)를 감안해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탄한 시장 구축을 위해 같이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차장은 중국시장을 사례로 들며 “우려가 있지만 당장은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며 한국에겐 가장 좋은 조건의 파트너“라면서 “중국은 이미 방송된 한국 포맷을 중국판으로 사들인 공동제작을 넘어 한중 합작의 새 포맷을 기획ㆍ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넘어 SBS에서는 전세계 포맷시장의 강자들과 함께 제작하는 형태의 프로그램 기획도 고심 중이다.

공격적인 방송포맷 수출을 위한 전략으로 ‘리인벤트’의 개념도 강조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방송3사는 내수시장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우리가 가진 자원의 활용도 필요하다”는 김 차장은 “그동안 개념을 몰라 팔지 못했던 것이지 팔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장된 아까운 프로그램을 재조명해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이블을 만들어 내놓으면 누군가에겐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가치를 복원하는 일이 방송포맷 시장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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