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피플앤데이터> 이주열 “물가에 너무 집착”…한은 전통역할론 탈피하나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은행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한국은행법 제1조 1항)

한은법이 명시하고 있는 한은 설립의 최대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간 2011년에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한은이 이 땅에 들어선 1950년 이후 물가안정은 한은의 만고불변의 목표였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한은법이 말하는 ‘물가안정→경제발전’ 공식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한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한은이 전통적 역할에만 안주, 물가안정에만 집착하지 말고 경제 성장에 보다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한은마저 성장에 목숨을 걸 경우 우리 경제의 브레이크 역할이 사라질 수 있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저성장ㆍ저물가 국면에 들어섰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저물가의 악순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선 한은이 물가 안정만 외치고 있을 순 없다는 주장이 더 힘을 받고 있다.

한은도 이런 맥락에서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세미나의 강연자로 참석, 한은이 너무 물가에만 치중하는게 아니냐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 물가가 안정돼 있고 내년까지도 크게 걱정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물가에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에는 물가보다는 경기에 상당히 인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서도 물가를 넘어 거시경제의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총재로선 이례적으로 2012년 설정한 물가안정목표치(2.5~3.5%)의 한계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물가목표치를 내릴 의향이 있냐고 묻자 “2.5~3.5%가 2년 전에는 적정했지만 이제 보니 구조적인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물가목표를 정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2년 전에 정한 목표를 지켰냐, 안 지켰냐는 식으로 너무 집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변화된 경제상황 속에서 새로운 한은의 역할을 찾겠다는 것이 총재의 의중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 금융위기의 교훈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등 여러 경제수장들이 참여하는 당국간 협의체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 총재는 17일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한 금융협의회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앞을 내다보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며 금융권의 채용을 독려했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