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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프런티어 (12)샘표식품> 우랄산맥 오지도 한국 장맛에 빠지다
68년 이어온 발효기술이 경쟁력
美·中 등 전세계 76개국에 수출
‘연두’ 앞세워 유럽 공략 잰걸음
2022년 2000억달러 달성 목표



척박한 동토 때문에 스파이스, 허브 등의 향신료를 이용한 식문화가 제대로 발달할 수 없었던 러시아 우랄산맥 동쪽. 이곳 사람들은 주로 암염으로 간을 해 소량의 육류를 제외하고는 감칠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러시아의 식문화가 몇해전부터 바뀌고 있다. 보따리상을 통해 한국의 간장이 들어가면서 거의 모든 요리에 간장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장 맛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발효명가’ 샘표는 지난 1998년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한 이래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한국의 장 맛을 세계로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 초기에는 주로 교포시장에 주력했지만 점차 현지인에게까지 발을 넓혀 미국,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전세계 76개국과 그 주변 문화권에 한국의 장 맛이 스며들었다.

샘표는 해외 진출 초기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아 식문화가 발달할 수 없었던 지역에서 한국의 간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경험했다. 한 곳은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러시아 지방, 다른 한 곳은 영상 45도까지 올라가는 중동 지방이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현지인들이 빵에 고기 등을 싸 간장에 찍어먹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샘표의 간장을 이용한 햄버거가 생겨나기도 했다.

‘2014 마드리드 퓨전’에서 미슐랭가이드 3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파스칼 바르보가 샘표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샘표 해외마케팅팀 성강일 이사는 “이곳에서 해외 마케팅에 대한 기초적인 경험을 한 뒤, 점차 미국 남부와 서부, 남미, 동남아 화교시장 등 고급 식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로 마케팅 대상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샘표의 경쟁력은 68년간 이어온 발효기술에 있다. 해외 간장시장은 지난 50년대부터 이미 일본의 유명회사들이 점령하고 있어 쉽게 넘볼 수 없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콩과 소맥을 원료로 만드는 일본 간장과 달리 한국 간장은 콩만을 발효해 만들기 때문에, 샘표의 발효 기술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해외 시장에 자신감 있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샘표가 해외시장에서 ‘간장(Ganjang)’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소이소스(soy-sauce)’와는 다른 한국간장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부터 미식업계에 ‘발효’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 또한 힘이 돼 주고 있다. 요즘 미식업계에는 북유럽의 자연주의 요리 바람이 불고 있다. 자연조건의 차이로 남부 유럽에 비해 식재료가 발달하지 못했던 북유럽은 자연스럽게 염장, 초절임, 건조 문화가 발달해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새로운 식문화로 거듭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져 발효에 이르렀던 것이다.

샘표는 발효기술의 집약체인 신제품 ‘연두’를 앞세워 현재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가고 있다. ‘연두’는 ‘콩’을 발효해 만든 새로운 맛내기 제품으로 한식을 비롯한 모든 요리에 들어가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다. 성 이사는 “조선간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떤 음식에 집어넣어도 소스 자체의 맛으로 요리 재료의 맛을 덮어버리지 않고, 요리 재료 자체의 맛을 살려주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특징을 발견했다”며 “그 기능을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을 개발해 해외 고급 식당 쉐프들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연두’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매직 소스’라고 부를 정도다.

샘표는 이제 전통의 식문화 강국들이 즐비한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현지 스타 쉐프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해왔던 샘표는 내년에 새롭게 디자인한 ‘연두’ 제품을 현지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성 이사는 “쉐프들의 검증은 충분히 받았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문제”라며 “‘내가 왜 저 생전 처음보는 제품을 사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하는가’ 하는 당위성을 소비자들의 손에 쥐어줘야 한다. 그 싸움이 내년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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