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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개성공단과 개성상인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송악(松嶽), 개경(開京), 개성(開城)은 같은 곳입니다. 송악은 소나무가 무성한 산기슭이라는 뜻인데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고향으로 고려의 도읍지가 되더니 훗날 개성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열 개(開)자입니다. 한마디로 개방을 뜻합니다. 개경의 중심이 바로 예성강 입구의 벽란도(碧瀾渡)라는 나루터인 것은 이곳이 대외개방형 무역항구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송나라에 이어 거란족, 여진족 등 외국 사신과 상인들이 빈번하게 왕래했고, 푸른 눈의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드나들었던 12~13세기 전후에는 인구가 5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시기 유럽의 전통적 부자도시 피렌체보다 4배였고, 상권으로는 베니스보다 2세기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고려의 영어발음인 ‘코리아’가 된 것도 이 때부터라고 합니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국사무소 앞

놀라운 것은 고려의 대외개방정책입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저서 ‘성호사설’에서 개성상권의 성공한 것은“서울과 가까우면서 중국 대륙과 소통되고, 조선 개국에 저항한 사대부들이 관직에 배제되면서 상업에 전념했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개성상인이 앉은 자리에는 풀도 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 ‘깍쟁이’는 개성상인을 빗댄 말인데 ‘가게쟁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좋게 보면 하나같이 개성상인들의 검소하고 근면성실함을 대변합니다.

그런 개성에 생긴 것이 개성공단입니다. 때마침 16일로 북측 근로자 일방 철수로 5개월이 넘도록 폐쇄됐던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 꼭 1년째가 됩니다. 다행히도 재가동 이후 빠른 속도로 원상회복됐다고 합니다. 2012년 평균 4000만 달러에 이른 월 생산액도 올해 3월부터 제자리를 잡았고,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도 평온을 되찾은 것은 물론 입주기업도 123개 업체에서 두 곳이 더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통신·통관·통행 등 ‘3통’과 국제화 추진, 출입ㆍ체류 문제 등도 개선됐다는 겁니다. 

개성공단 일부

더 반가운 것은 개성공단 전담 상사중재위원회가 구성된 데다 미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 외국기업 20여 곳이 개성공단 내 외국인투자지원센터에 투자 문의를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북간 경색국면이 지속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남북 당국이 의기투합해 합의한 다양한 발전방안들은 사실 상 제자리걸음입니다. 특히 우리측의 전자출입체계 시행과 인터넷 도입을 위한 3통 분과위 개최 요구에 북한이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 분기에 한 번씩 열기로 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게다가 휴대폰 등 금지 품목을 반입하면 공단통행을 일시 제한하겠다는 북한입니다. 외형적으로는 번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문제가 적지 않은 겁니다. 

개성공단 내 신발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바로 남북 간 경색국면이 그 원인입니다. 국내 정치는 국민생활을 망가뜨리고 남북 간 이념적 정치는 개성공단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개성공단은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경협 전면금지조치(5.24조치)에도 제외될 정도로 지속가능한 남북 간 협력 사업이었습니다.

그랬던 개성공단이 도리어 남북 갈등의 중심에 놓인 처지가 된 겁니다. 이래선 결코 안 됩니다. 누가 뭐래도 개성공단은 남북간 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물입니다. 때문에 남북이 함께 공을 들여 항차 ‘행복통일의 마중물’이 되도록 키워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확고한 정·경분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옛 개성의 명성과 면모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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