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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전부지 입찰 하루전까지 삼성은 침묵..속내는?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이 임박했지만 삼성그룹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연일 필승의 의지를 다짐하는 현대차그룹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참여 여부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의 입찰가 결정을 교란시키고, 막판에 인수전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입찰 불참이라는 퇴로도 미리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입찰을 하루 앞둔 16일까지 삼성그룹은 참가 여부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비공개 전담조직을 꾸려 입찰을 준비해왔으며 이미 입찰조건과 사업성 검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9년 이미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삼성생명도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였다. 공식 발표만 없을 뿐 준비는 다 해 둔 셈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날 “입찰 참여와 관련된 공식발표는 없는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입찰에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항을 사전에 알리는 게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끝까지 응찰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교란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며 “경쟁자의 참여 여부는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삼성그룹의 입장이 모호하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인수 가격을 써낼 때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공식적으로 참여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최종 결정의 순간 승산을 판단해 유리하면 응찰하고, 불리하면 적당한 이유를 들어 응찰하지 않아도 된다. 이길 확률은 높이되 질 확률은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번 입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된 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가 대거 동원되는 첫 대규모 사업이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불리하다면 아예 응찰을 하지 않는 게 이 부회장의 경력에 흠집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삼성의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내심 불참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모습이다. 삼성을 제외하면 이번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을 위협할만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야 당장 집이 좁아 살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지만, 삼성은 새로 지은 서초사옥도 번듯하고 강남에 땅도 이미 많이 갖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을 비롯해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의 한전 부지는 감정가만 3조3346억 원으로,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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