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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禁 '빨간딱지’ 즐기듯…화끈 · 파격 힙합씬
여가부 올 유해매체물 총 326곡 선정
욕설 · 선정적 가사 담은곡 음원차트 휩쓸어
노골적 vs 은유적 19금 선정 경계 모호




“조금 이따 샤워해 이대로 더 나를 안아줘/이렇게 니 품에서 장난 치고파/작지만 귀여운 너의 가슴이 난 좋아/니 머리카락 넘겨줄 때 손에 닿는 이마/내 몸위에 올라 날 바라보는 그 눈동자”(개리 ‘조금이따 샤워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침 바르고 싶어/날 세워주고 받아주는 너의 속은 깊어/네 아름다운 선율 마치 오케스트라/어플 다운받길 잘했어 카마수트라”(산이 ‘바디 랭귀지’)

가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힙합 가수의 핫한 노래다. 전자는 힙합그룹 리쌍(개리, 길)의 멤버 개리가 올해 1월 솔로로 데뷔하며 낸 미니앨범 ‘미스터 개(MR.GAE)’에 수록된 ‘조금 이따 샤워해’로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선정성을 이유로 청소년유해물로 판정, 19금 빨간 딱지를 붙였다. 개리는 래퍼로서 가사가 중요하고 자유로운 표현에 중점을 두었기때문에 가사의 수정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19금을 훈장처럼 달았다. 이 곡은 1월 한달간 차트 정상을 오르내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개리의 앨범 ’미스터 개‘는 ’조금 이따 샤워해‘외에도 ‘XX몰라[Zotto Mola]’, ‘술취한 밤의 노래 (feat. Jung In)’가 모두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둘 다 비속어가 판정의 사유였다. 


후자는 지난 8월 초 선보인 가수 산이(San E)의 싱글 앨범 ’바디 랭귀지‘로 이 곡 역시 모든 음원차트에서 톱 5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위력을 보였다.

‘조금이따 샤워해’와 ‘바디 랭귀지’는 둘 다 남녀간의 사랑을 진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개리의 곡은 19금 딱지가 붙은 반면, 산이의 노래는 무사 통과해 음악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도대체 19금 선정의 잣대는 무엇일까. 사실 두 곡을 전체 들었을 때 어느 곡이 더 선정적으로 느껴질지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갈릴 수 있다. 

19금의 경계는 무엇보다 직접적이냐 은유적이냐이다. 산이의 노래를 보면 무얼 노래한 건지 빤하지만 슬쩍 은유의 잠자리옷을 걸쳤다. 그렇다고 심사위원이 속아 넘어간 건 아니다. 그런 옷이라도 입힌 걸 다행스럽게 여기고 넘겨준 것이다. 

스윙스

반면 산이의 ’바디 랭귀지‘ 뮤직비디오는 노골성의 수위가 높아 19금 판정을 받았다. 산이가 일부러 19금을 비켜가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역시 19금 전력이 있다. 올해 1월에 발표된 ‘사운드 프로바이더스 오브 코리아(Sound Providers of Korea)’에서 산이는 ‘Born Luxury’에 화려한 비속어의 가사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을 받았다. 이 앨범은 미국의 재즈힙합 듀오 사운드 프로바이더스가 발표한 12개 비트를 한국 래퍼들이 재해석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개리, 산이에 이어 래퍼 스윙스 역시 빨간 딱지 투성이다. 2월 발표한 미니앨범 ‘감정기복 II Part.1 : 주요 우울증 (Major Depression)’에 수록된 ‘돌아가자’와 ‘주요 우울증 (feat. Lovey)’이 비속어를 사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브라운아이드걸즈의 멤버 가인도 당당하게 19금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았다. 3집 미니앨범 ‘진실 혹은 대담’의 선공개곡인 ‘Fxxk U (feat. 범키)’는 제목과 가사에 포함된 욕설로 인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가인은 19금 논란에 대해, ”내 나이에 할 만한 노래“라며 ”좋은 말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힙합 레이블 저스트뮤직이 지난 6월 발표한 첫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Ripple Effect)’도 줄줄이 빨간딱지가 붙었다. 타이틀곡 ‘더’를 비롯, ‘Just’‘난 앞으로만’‘소문’‘Crowd’‘Still not over Ⅱ’‘파급효과 (Ripple Effect)’‘Stil‘’(Bonus Track) Hongkiyoung#2’ 등 총 9곡이 올랐으며, 결정사유는 비속어였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8월28일 발표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음반 및 음악파일’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고시한 국내곡은 총 326곡이었다. 지정된 곡들의 장르분포는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힙합, 락 장르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결정사유는 대부분 비속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특징으로 삼는 힙합의 특성상 비속어는 일정부분 용인되기도 하지만 맥락없이 욕설로 일관하는 가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힙합씬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음원보다 뮤직비디오에 선정성 수위를 높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노래가 수록된 음반의 경우,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겉면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임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하며 19세 미만에는 판매할 수 없다. 이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작사, 유통사, 판매사 등에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오후10시 이전에 해당 곡을 방송할 수 없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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