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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금융보신주의’ 여전…중기 대출 더 줄었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은행들의 보신주의가 바뀌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금융보신주의 타파의 핵심이지만 지난달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되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담보 중심의 대출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 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은 급증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자영업자대출 제외)은 5268억원으로 7월(6883억원)보다 24% 감소했다. 1~8월 평균(6233억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 7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보신주의 타파를 언급한 이후 금융당국이 담보 위주의 대출 탈피 등으로 전방위 압박했지만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중소기업대출을 113억원 축소했고 농협은행 감소액도 659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중소기업대출에 가장 소극적인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6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액은 올해 들어 8월까지 4조9860억원 증가했지만, 하나은행의 대출액은 104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매달 13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국민은행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132억원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대출 대신 은행들이 전력을 기울인 곳은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 모두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6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4조1565억원 급증했다. 자영업자대출도 1조3151억원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58조원, 자영업자대출 잔액이 136조원임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회피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ㆍ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골치 아픈 중소기업대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은행권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행된 중소기업 대출도 담보 중심이었다. 새 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51.5%였던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담보대출 비중은 2013년 57.3%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신용대출은 48.6%에서 42.7%로 축소됐다.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 낡은 관행이 오히려 심화한 것이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와 수익률 감소 상황을 감안하면 무작정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업종마다 편차는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 부진으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무여건이나 신용평가등급이 안 좋은 기업에까지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정부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상품 확대, 기술금융 강화 등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중소기업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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