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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인사이드]‘코스피 30년ㆍ주식부호 30년’, 주가는 요동쳤지만 변화는 적었다
[특별취재팀 = 홍승완 기자] 코스피 지수가 7월 말부터 2000 포인트 안착을 노리고 있습니다. 3년 만의 재도전 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대선 직전 “임기내에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했을 때만 해도 코스피 2000 시대는 그저 쉽게 다가올 것 처럼 보였지만, 아직 5000의 절반인 2500포인트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 시장입니다.

2000시대 안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1983년 이후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대표 주식부자들은 누구였을까를 되짚어 봤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주식 자산은 얼마였을까’부터,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어느 시기에 본격적으로 불어났나’까지 확인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갖가지 방법으로 접근해봤지만 데이터베이스의 미구축, 현재와는 다른 관련법 등으로 2000년 이전의 경우 재벌 총수들의 정확한 지분과 당시의 주가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20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15년의 주가흐름을 살펴봤습니다. 불과 15년이지만 우리 증권 시장은 아주 다이내믹 했습니다. ‘IMF외환위기 - IT버블 - 카드사태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많은 이벤트들에 시장이 들썩였습니다. 그리고 그 격량속에 살아남은 기업의 총수 일가들이 현재 부자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30년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는 일은 예상보다 많은 정보와 소회를 남겼습니다.

살아남은 기업과 총수에게 지난 30년의 주가 그래프는 기억할만한 역사이자 자랑스러운 성적표입니다. 2000년대 이후의 삼성전자나 금융위기 이후의 현대차ㆍ기아차의 주가그래프에선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세가 엿보입니다.

반면 사라지거나 후퇴한 기업들의 솟았다가 고꾸라지는 그래프는 그저 ‘서글픈 포물선’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전쟁은 치열했습니다.

코스피 30년을 돌아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변화’ 입니다.

주가지수는 꿈틀거리고 기업들의 순위는 요동치는 등 외형은 변했지만, 주식부자 상위를 채우는 ‘인물’들 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금 몇분의 회장들과 그들의 자제들이 시차를 두고 순위에 등장했습니다. 상위에 오르는 기업은 바뀌었어도 주인은 한식구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간간히 새인물이 몇사람 등장하긴 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에 해외의 주식부자 순위들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1987년에만 해도 세계 10위 부자 가운데 5명은 부동산 재벌이었지만 지금 세계 10위 안에는 부동산 부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시계를 좁혀 7년 전과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2007년만 해도 ‘톱10’에 있던 이케아의 스웨덴의 잉그바르 캄프리드(가구), 인도의 락시미 미탈(철강), 리카싱(청쿵그룹), 데이비드 톰슨(미디어) 등의 인물들이 10 위 밖으로 물러났습니다. 대신 래리 엘리슨(오라클), 찰스 코크(에너지), 아만시오 오르테가(패션), 크리스티 월튼(유통) 등 새로운 얼굴들이 순위를 높였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업가들이 등장해 경제를 이끌고 사회 전반에 자극을 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가까운 중국이나, 우리가 낡았다고 생각하는 일본에서 조차 마찬가지 였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얼마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상장하면서 마윈 회장이 중국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2위는 게임회사인 텐센트의 마화텅회장, 3위는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입니다. 모두 IT서비스 분야의 인물입니다. 불과 몇해전만 해도 황광위(부동산), 량원건(중공업), 풍칭허우(음료) 등이 차지하던 1~3위 자리에 이제는 모두 새로운 인물이 들어선 셈입니다.

일본 역시 손정의 소프트 뱅크 회장의 장기 집권이 5년이상 지속되는가 싶더니,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등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3위인 미키타니 히로스 라쿠텐 회장도 최근 M&A를 통해 반격에 나서고 있고, 바바 나루아츠, 다나카 요시카즈 같은 젊은 게임 재벌들의 도약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생을 바쳐 회사를 키워낸 총수들과 그 가족이 수십년동안 부자자리를 지키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여느분야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우리 증시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변화들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체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피 3000시대를 이끌 새로운 창조적 기업인들의 등장을 기다려봅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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