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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범을 아빠로 둔 두 자매의 30년…소설 ‘살인자의 딸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살인 범죄의 희생자 가족들은 낯선 이들로부터도 위로와 동정을 받지만 살인범의 가족들은 마치 죄를 지은 당사자인양 숨죽여 지낼 수 밖에 없다. 소설 ‘살인자의 딸들’의 주인공 룰루와 메리는 살인 범죄의 희생자이자 살인범의 가족이다. 그들의 아빠는 엄마를 죽이고 어린 메리를 칼로 찌른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다. 엄마를 잃은 어린 자매는 위로가 필요했지만, 이모마저 ‘살인자의 피’가 섞였다며 이들을 보육원에 버렸다. 작가는 룰루와 메리의 시선을 교차하며 상반적인 성격을 지닌 두 자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엄마와 별거 중이던 아빠가 어느날 술에 취해 집을 찾아온다. 엄마와 말다툼을 벌이던 아빠는 우발적으로 칼을 휘둘러 엄마를 죽이고 다섯살인 메리를 중태에 빠트렸다. 언니 룰루는 자신이 아빠에게 문을 열어줘 이같이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자책한다.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두 자매에겐 친구가 없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 룰루와 메리의 가정사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모는 이들을 보육원에 맡겼다. 보육원에서도 아이들은 메리를 ‘교도소 아이’라며 괴롭혔다.

기를 쓰고 공부만 했던 룰루는 낯선 도시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지만 메리는 술과 마약, 남자에 찌들어산다. 룰루는 학교 친구들에게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며 아빠의 존재를 부정한 반면 메리는 심적 고통을 참아가며 꾸준히 아빠를 면회한다.

결혼을 한 룰루는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남편의 설득으로 두 딸을 낳는다. 룰루는 딸들에게 외할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남편과 메리는 진실을 말해야한다고 설득한다.

어느날 룰루의 딸 루비가 인질극에 휘말리고, 메리는 인질범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아빠 얘기를 털어놓는다. 룰루가 그토록 숨기려고 노력했던 아빠의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고, 얼마 뒤 32년동안 복역한 아빠가 가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2010년 미국 도서관협회의 최우수 장편소설로 선정된 이 소설은 작가 랜디 수전 마이어스의 데뷔작이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태생인 마이어스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도와오던 중 틈틈이 글을 썼고, 이 소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작가는 두 자매가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위로해나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다섯살, 열살이었던 자매가 죄인처럼 지내온 30여년의 세월도 속도감있게 전개돼 500여장에 달하는 책장을 쉬지않고 넘기게 만든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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