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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강철얼음 깬 비결은 기술과 신뢰”
대우조선 선박영업팀 유럽그룹
야말 쇄빙LNG선 최대규모 수주…新선종 개척 조선강국 입지 굳혀



올 상반기 침체된 조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야말프로젝트’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전의 승자는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가스전 개발사업인 야말프로젝트에 투입되는 17만㎥급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을 지난 3월, 7월 잇따라 수주했다. 조만간 나머지 5척을 추가 수주하면 총 수주 금액은 약 50억 달러(5조원)에 육박한다. 세계 조선업 역사상 단일프로젝트로서 최대 수주 금액이자, 세계 최초로 쇄빙 기능을 갖춘 대형LNG선의 탄생이다.

수주의 선봉에는 대우조선해양 선박영업팀 유럽그룹이 있다. 박형근 상무가 이끄는 선박영업팀 내 유럽그룹 팀원 8명은 지난 2년 동안 하루를 이틀처럼 쪼개 쓰고 휴가도 반납하며 계약 성사를 위해 뛰어왔다. 많은 수주 계약이 있었지만 야말프로젝트는 남다른 결실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야말프로젝트에 영하 52도의 극저온을 이겨내고 얼음을 정면으로 부딪쳐 깨뜨리는 쇄빙LNG선을 투입하길 원했다. 이제껏 세상에 없던 선박이었다. 정희정 유럽그룹 대리는 “세계 최초로 발주되는 선종이라 다른 일반 상선과 비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선박영업팀 유럽그룹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로비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송준엽 부장, 차지원 사원, 박형근 상무, 정희정 대리, 김기훈 차장.
안훈 기자/ahn@heraldcorp.co

대우조선해양은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 해 7월 야말 측과 15척에 대한 ‘슬롯레저베이션협약(SRA)’을 맺었다. 입찰 등록을 한지 약 2년 만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SRA이후 10척에 대한 본계약이 이뤄지기까지 1년이 더 걸렸다. 중국 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계약 검토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졌고 여기에 러시아의 대내외 정치 상황까지 더해져 의사 결정이 지연됐다. 하나의 프로젝트지만 선주사가 세 곳(러시아 국영 선사 소보콤플롯, 캐나다 티케이-중국CLNG 합작사, 일본MOL-중국CSLNG 합작사)이나 되다보니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처럼” 더욱 공을 들여야 했다.

수주를 성사시킨 비결을 묻자 팀원들은 한 목소리로 “기술력과 신뢰”를 꼽았다. 고영철 유럽그룹 이사는 “영업의 시작은 기술력이다. 우리는 자체 재기화 설비를 갖춘 LNG운반선인 ‘LNG-RV’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 바 있다. 극지방을 미래 시장으로 삼고 LNG선 기술 개발에 일찍부터 도전을 해온 증거”라고 말했다.

자타공인 ‘러시아 통(通)’인 고재호 사장을 필두로 러시아와 다수의 거래를 통해 쌓아온 신뢰관계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 상무는 “러시아 선주와 많은 거래를 하며 쌓아온 기존 관계 덕분에 경쟁사에 비해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고 러시아 정부와의 소통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드카를 연상시키는 러시아 선주사 인사들 중에 의외로 와인을 즐기는 와인 매니아들이 상당 수 있다”는 귀뜸은 오랫동안 관계를 쌓아온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알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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