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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이병헌, 왜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배우 이병헌이 동영상 협박사건이 불거진 후 나흘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덕이 부족한 저의 경솔함에서 시작된” 행위에 대해 대중과 가족을 상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는 뒤늦게나마 인정해줄만하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병헌은 강경 대처 일변도였다. 음담패설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걸그룹 글랩 멤버 다희(21)와 모델 이지연(25)을 경찰에 신고했다며 범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어 추측성 악성루머들의 수위가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이 부분에도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던 터였다.

이병헌과 소속사는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당하고만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놔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병헌은 내내 피해자로서의 입장을 호소했다. 그러다 5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페이스북에 자필 사과문을 남겼다.
사진=OSEN

이병헌이 사과문에서 “그저 숨만 쉬며 지내고 있을” 정도로 참담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사과를 먼저 하고 법적 대처를 했거나, 사과와 법적 대처를 동시에 했다고 해도 ‘일’이 이 정도로 크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 한 줄 없이 당하는 피해자로서 강경대응 입장만을 밝히다가 갑자기 사과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병헌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도 대부분 이병헌 소속사에서 보내주는 입장만을 보도했고, 사회부 기자들도 이병헌에게 50억원을 요구한 두 여성을 공갈미수 협의로 구속했다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발표 위주로 다뤘다. 이 두 여성은 특별법으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병헌의 잘못을 촉구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이병헌에 대한 실망감과 질타의 여론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병헌이 피해자인데도 왜 욕을 먹는 지에 대한 기사와 칼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자신에 대한 질타 여론이 만만치 않음을 인식한 이병헌이 더 이상 반성하는 마음을 속에 담아놓고만 있을 수 없어 공식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성문에도 이번 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 경솔함, 책임감, 후회, 반성이라는 말은 있지만 어떤 행위에 대해서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은 사람들도 잘 모른다. ‘이병헌 음담패설 동영상 협박사건’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건의 실체는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병헌에 대한 추측성 악소문의 상당 부분은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팩트로만 봐도 배우 이병헌에게는 일생일대의 큰 위기다. 만약 개념 없는 이 두 여성이 개념을 바꿔, 이병헌을 향해 50억 협박 대신 성희롱으로 고소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이병헌이 서울 강남에 있는 모델 이지연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 여성들에게 “첫 경험이 언제였냐” 등 성적 취향을 물어봤다면 받아들이는 여성의 마음상태에 따라 성희롱까지도 될 수 있다. 이병헌이 모델로 있는 광고주의 항의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병헌은 그동안 캐나다에서 온 여성 등 여자와 관련된 사건과 소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하기 전 건강한 남자,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외로운 톱스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해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병헌은 유부남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과는 달리 중화권 언론에서는 이병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이병헌 얼굴도 두껍다” “다시는 이병헌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등 누리꾼의 심정을 가감없이 소개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마약과 도박, 폭력, 협박, 세금 문제 등으로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하고 있다. 연예인중에는 ‘왕관‘(연예인으로서 누리는 각종 혜택과 보상)이 없는 이도 있지만, 왕관을 쓴 자들은 좀 더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왕관을 쓰고도, 마치 왕관이 없는 듯이 행동하는 연예인도 있고,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고 칭얼거리는 연예인도 있다. ‘연예인DC’라는 말 자체가 왕관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전통시장을 활보하며 마음껏 군것질을 하고 싶어요”라는 식의 말조차 가려서 해야 한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하고 유명 감독이 연출하는 주류 영화에서 주요한 배역을 맡는 특급한류스타다. 왕관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이병헌은 늘어가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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