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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국민 혈압 올리는 제식구 감싸기…여야가 따로 없었다
송광호 의원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왔다. 참으로 끈끈한 동료애의 덕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모임인 ‘300명’은 그를 지켜냈다. 그들의 비장함은 ‘영화 300’을 닮았다. 다른게 있다면 애국심과 공범의식이다. 고대 전사들은 조국 스파르타를 위해 목숨을 던졌고 오늘날 한국의 의원들은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뭉쳤으니까. 

지난 3일 오후 3시께 황교안 법무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분히 체포동의안 제출 이유서를 읽어나갔다. 그는 “송 의원은 주식회사 AVT의 납품 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1번에 걸쳐 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증거도 충분하다고 했다. 뒤이어 송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저는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압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증거를 인멸할 아무런 능력도 힘도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이라 판단한 때문일까. 그의 말은 젖어 있었다. 잠시 후 나온 투표 결과는 223표 중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 부결이었다.

새누리당은 짐짓 ‘깜짝’ 놀라는 흉내를 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라 했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당혹스럽다”고 했다. 자당 의원 절대 다수가 ‘부결표’를 던졌다는 점에 대한 수치스러움이나 죄송함은 없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관훈 토론에서 “불체포특권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달 후 드러날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새누리당 내에선 ‘부결 전망’ 목소리가 컸다. ‘깜짝 흉내’란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공세를 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두 얼굴”이라고 말했고,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철피아 척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대략 20표 이상의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이 사실상의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유권자들이 의원 개개인의 투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유효 기간은 짧다. 당장 5일부터는 추석 연휴의 귀경전쟁이 뉴스 메인에 오를게 뻔하다. 지난 2012년 7월 ‘정두언 부결 사태’ 당시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여당 내홍’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없는 시기, 정치인들에게 무서운 것은 없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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