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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과세網 좁혀오자…부자들 ‘1999만원 쪼개기’ 속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금추징 강화 방침에 따라 과세망이 좁혀올수록 부자들의 ‘그물망 피하기’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2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 거래량이 3년 연속 감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3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ㆍCurrency Transaction Report) 규모는 2012년 1032만4112건에서 지난해 927만5047건으로 1년새 104만9065건이나 줄었다. CTR은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법’에 따라 한 금융회사에서 하루 현금 거래량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FIU에 의무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신 계좌이체를 하거나 통장 입ㆍ출금시 금액을 2000만원 아래로 줄여 여러 차례 거래하는 이들도 적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TR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1999만원으로 쪼개서 돈을 넣거나 빼는 사례도 많다. 이 역시 FIU의 의심거래 혐의망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며칠씩 간격을 두고 거래를 벌이는 꼼수가 속출하고 있다.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또 아예 왠만하면 은행을 거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5만원권 출시로 고액현금의 이동이 과거보다 용이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5만원권은 한 묶음에 500만원, 한 다발이면 5000만원이다. 007가방과 사과상자에는 각각 5억원, 25억원이 들어간다.

한 시중은행 PB(private bank)의 고객팀장은 “5만원권이 골드색이어서 때깔이 좋아 그냥 집에서 관상용으로 두겠다는 손님도 적지 않다”며 “또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5만원권의 저조한 환수율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한은에 따르면 올 1~7월 발행된 5만원권은 7조2397억원인 가운데 같은 기간에 환수된 5만원권은 1조9037억원으로 환수율이 26.3%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환수율(54.4%)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된다. 지난 7월말 현재 5만원권의 총 발행잔액은 46조171억원으로 전체 화폐 중 비중이 3분의 2를 넘어섰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5만원권의 총 장수는 9억200만장이나 된다.


5만원권 발행 이후 개인금고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한달 평균 30대 정도 팔리던 개인금고는 2010년에는 월평균 550대, 2011년에는 780대로 늘다가 올 1~5월엔 판매 대수가 1500대까지 증가했다.

한편 탈세ㆍ돈세탁 가능성이 있는 의심거래보고(STRㆍ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37만8742건을 기록, 2012년보다 8만8501건이 증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를 활용한 탈세액 추징이 지난 5년간 1조2142억원이라고 밝혔다.

부자들은 쪼개기 거래, 5만원권 이용 등 더 지능적인 조세회피 수법을 동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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