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명절 앞두고 쌈짓돈 노린…악랄한 ‘그놈 목소리’
피해자 목소리 연령대 파악후
아들납치 · 정보유출 등 수법다양…강북경찰서, 전화사기 일당 검거


추석을 앞두고 쌈짓돈을 노린 전화사기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검거된 14명 중 9명은 ‘일당 10만원의 서류 배달 아르바이트’인줄 알고 범행에 가담하게 된 취업준비생이었다.

서울강북경찰서는 중장년층을 상대로 전화사기를 벌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ㆍ사기)로 인출책 A(39) 씨 등 7명을 구속하고 다른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90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적게는 350여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까지 총 5억원을 가로챈 전화사기범행에서 인출책과 송금책 등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과 필리핀에 있는 콜센터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계좌에 있는 돈을 한군데로 모으게한 다음 “돈을 보호해 줄테니 보안카드번호를 누르라”는 수법으로 피해금을 이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입력한 보안카드번호는 전화사기 일당의 대포통장 계좌번호였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연령대를 파악한 후 60~70대 고령층에게는 ‘전화요금 연체, 아들 납치’, 40~50대 중장년층에게는 ‘개인정보 유출 방지, 명의도용’ 등을 빙자하는 맞춤형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중 한명은 100회에 걸쳐 총 1억6000만원 정도를 이들에게 송금했는데, 심지어 경찰이 조직을 검거했다고 알렸음에도 이 피해자는 ‘혹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돈을 보낸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일당의 교묘한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한편 대포통장 모집책 B(33ㆍ구속) 씨는 인터넷 구직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요구한 대포통장 130여개를 취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해 이를 보고 연락한 대학생들에게 전화로 면접을 한 뒤 “합격했다”며 이들에게 사원증과 급여통장으로 사용할 통장사본, 체크카드 등을 보내 달라고 한 뒤 이를 대포통장으로 사용했다.

생활정보지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재택 부업하실 분, 핸드폰케이스, 초보자 가능, 월110만원’ 등의 광고를 게재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주부들에게 “보증금을 입금해 놓던지 급여를 관리할 수 있게 통장, 카드를 보내라”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이 목돈을 갖고 있는 점을 노린 전화사기가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이같은 수법의 전화를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