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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수염 깎고 돌아 온 이주영 장관
오늘 아침 조간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말끔한 얼굴이 보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발과 염색은 하지 않아 백발이 그대로 성성한 덥수룩한 머리 매무새로 봐선 아직 끝이 아니라는 의미로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무튼 반가운 모습입니다.

지난 4월 16일 백주대낮에 벌어진 황당한 세월호 참사. 그 현장인 진도 팽목항으로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허겁지겁 달려가 그 길로 그 곳에 머문 지 138일만의 일입니다. 두어 달 전 주무장관으로서 한 차례 국회에 출석하긴 했지만 사실상 현장을 오롯이 지켜온 겁니다.

그랬습니다. 이 장관의 시간은 곡절에 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생때같은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원색적인 비난, 그리고 온갖 질타와 갖은 원망을 다 받아들였을 터입니다. 처음 며칠은 희생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체육관에 발조차 들이 밀수 없을 정도로 이 장관은 독안의 쥐 신세로 내몰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정성 하나로 그들과 함께 하루 이틀 눈물로 말문을 트고 눈물로 달래고 눈물로 이해하면서 서서히 정이 들고 한편이 돼 갔던 겁니다. 새삼 그의 노고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실종자 10명의 사진을 품에 안고 수염만 깎은 채 지난 1일 138일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이주영 장관.<세종=뉴시스>

지난 6월 16일로 기억됩니다. 세월호 참사 두 달째, 기자는 ‘에펠탑 효과와 이주영 장관’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바 있습니다. 언급했듯이 처음에는 비난의 대상이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보는 정이 쌓이다 외려 값진 가치를 공유하게 된다는 에펠탑 효과와 이 장관이 처한 상황이 유사한 때문에 택한 소재였습니다.

1800년대 후반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 기념 만국박람회 기념 조형물로 에펠탑 건립계획이 공개되자 파리의 지성인들에 시민들까지 벌떼처럼 들고 나섭니다. 1만5000여 개의 금속조각을 250만 개의 나사못으로 조여 맨 무게 7000t, 높이 330여m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세계 최대 명물 파리의 풍광을 완전히 망쳐놓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결국 20년 후 철거 약속을 하고 공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증오가 애정으로 커갑니다. 자주 보면 정이 들고 사랑까지 하게 되는 정리(情理)현상입니다. 지금 어떤가요. 에펠탑 없는 파리, 상상이나 될까요. 한해 에펠탑 주변에 3000만 명이 몰려듭니다. 

각설하고, 정치인 이주영은 화려합니다. 마산 출생으로 판사를 거쳐 16~19대 국회 진출에 성공합니다. 장관 청문회 땐 야당의원들조차 어깨를 툭툭치며 잘하라는 격려를 내놓았을 정도로 정말 사람 좋은 얼굴의 선량입니다. 그런 그가 날벼락을 맞은 것은 장관 취임 한 달 만의 일입니다. 이 장관은 세월호 수습 개각 때 예상을 뒤엎고 교체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사고수습이나 해놓고 보자는 거였습니다. 그 때 기자는 단언하고 그가 계속 장관직을 지켜야 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장관 또 구하기 어렵다고 말이지요.

세월호 참사이후 지금껏 사고현장을 지켜 온 이주영 장관.

우선 희생자나 실종자 가족들이 그를 놔주지 않은 겁니다. 엄습하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두려웠을까요. 그들은 이 장관더러 어디 가지도 말고 잘리지도 말라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청와대를 향해서는 절대 자르지 말라고까지 했다더군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은 다행히 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품속에 실종자 10명의 사진을 간직한 채 정장에 넥타이까지 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배려로 세종시 청사에 복귀한 겁니다. 해수부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악수하는 그의 모습이 숙연해 보입니다. 

이 장관은 거듭 다짐합니다. 남은 실종자들을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낼 때까지 수색작업을 계속할 것이며 주요한 업무는 청사에서 하되 가급적 팽목항으로 가 그들과 함께할 거랍니다. 이번 추석명절에도 이 장관은 팽목항에 머물겠답니다. 

세월호 참사 전의 이주영 장관

그러나 이제 세월호의 아픔,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양보와 타협의 묘를 살려야 합니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모두 함께여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삽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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