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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재신임 배수진…‘원칙주의자 이건호’다운 승부수
전산기 교체 갈등에 “거취문제 이사회에 맡기겠다”…지주와의 관계 개선 등 산 넘어 산
“제 거취 문제는 이사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문제에 대한 의혹을 없애고자 직접 나선 것이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 거취를 포함해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주 전산기 교체 문제가 은행장으로서 덮을 수 없는 문제였던 것처럼, 자신의 문제제기로 국민은행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점도 은행장 자신의 책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나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될 만큼 고지식한 이 행장다운 결정이었다.

이 행장이 자신의 거취와 전산기 교체 문제 관련 결정을 모두 이사회에 일임하면서 일단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이 행장이 ‘재신임’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행장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재신임→주 전산기 문제 해결→지주와 은행 간 갈등 봉합’의 수순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 행장을 바라보는 이사회의 싸늘한 시선이다. 국민은행 이사회 구성원 총 10명 가운데 윤웅원 지주 부사장과 사외이사 6명 등은 이 행장의 의견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금융당국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해당 임직원에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이 행장의 의견에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이들은 이 행장이 은행 내부 문제에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사회가 이 행장을 재신임하지 않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KB 안팎에서 보고 있다.

지주와의 관계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행장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번 사태는 무관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전날 간담회에서 은행의 IT본부장 교체에 임 회장이 개입한 점을 밝혀 전산기 교체 전반에 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됐다. 따라서 이 행장이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려면 임 회장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 행장의 승부수가 통하려면 이같은 여러 장애물부터 먼저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사회의 재신임과 사태 해결은 물론, 조직 안정을 통해 ‘리딩뱅크’의 위상까지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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