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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저 공포’ 완화…韓 증시 훨씬 견고해졌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원ㆍ엔 환율이 6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이 받는 충격은 연초 ‘엔저 쇼크’ 때와 비교해 오히려 줄어든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이노믹스’와 같이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점 등 대내외적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일 한국은행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 기준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972.45원으로, 지난달 27일(974.92원) 경신했던 올해 최저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는 2008년 8월 21일(967.8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엔저를 등에 업고도 일본 경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대비 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이다. 4월 소비세율 인상으로 GDP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문제는 시장 예상치보다 감소폭이 크다는 점이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2~3개 분기는 일본 GDP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까지 전분기 대비 감소하면서 3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의 속사정도 그다지 밝지 않다. 윤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동안 일본 기업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완만하게 감소했다”며 “비용 절감과 외화 환산 이익으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인 순익 증가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경제는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대비 0.1%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20억6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8월 원화 강세가 지속됐음에도 선진국에 대한 수출 호조로 자동차를 제외한 수출이 양호했다”며 “한국의 연말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출 경기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저 충격에 대한 시장의 내성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2008년 0.456에서 2013년에는 0.501까지 상승했다. 이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국제 수출 시장에서 한ㆍ일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는 지난해 엔저 상황에서도 경합도가 각각 0.766, 0.707까지 오르는 등 환율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영교 연구원은 “과거 엔화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은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로 출렁였으나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예전같지 않고 국내 경제 정책도 작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엔화 약세가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인 구간에서 일본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며 “엔화 약세는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지만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연말 엔ㆍ달러 환율이 107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국내 수출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강세가 마무리될 경우 ITㆍ자동차 등 수출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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