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 사람> “선조들 생로병사통해 현재 삶 반추”
- 개관 50주년 한독의약박물관 이경록 관장
조선왕실 의약학 유품전시회 개최
의료 유물은 옛 사람과 조우매개체


“원래 저는 고려 사회경제사가 전공이었습니다. 중세 상업사로 학문을 시작했지만, 뜻밖의 기회에 의료사(史)를 만나게 됐습니다. 의료 혹은 의료사가 지난날 우리 삶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의 삶이란 결국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걸친 노화와 질병, 즉 생로병사의 궤적이 아닐까. 옛 사람들은 태어남과 죽음을 어떻게 인식했고, 무엇을 질병이라고 생각했으며, 어떤 치유의 기술과 약재를 써 그것에 맞서 왔을까. 사람이 스스로 규정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생명과 질병의 의미, 개인 생활과 사회 풍속사가 다 의약의 역사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학부(연세대 사학과)에서 고려상업사를 전공했던 청년 사학도를 사로잡았던 질문이었다. 우연히 접한 의료사에 마음을 뺏긴 그는 지금 국내 최초의 전문박물관이자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충북 음성)의 관장을 10년째 맡고 있다. 이경록 관장(46·사진)이다. 한독의약박물관은 개관 50주년을 맞았고, 모기업인 제약사 한독(대표이사 회장 김영진)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한독의약박물관은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 전을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계속한다. 이번 전시회엔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관찬 의서이자 국내 유일본인 ‘의방유취’(醫方類聚, 1477년, 보물 제 1234호)와 고려 청자상감상약국명합(보물 제 646호), 조선 후기 백자은구약주전자 등 한독의약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국립고궁박물관, 서울대 규장각 등 18곳에서 모은 의료 관련 유물 120점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이 관장은 “이번 전시품 중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비상 같은 독극약을 넣어두던 약상자(독극약궤)나 독약을 몰래 넣어 왕을 독살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물쇠를 단 약주전자(백자은구약주전자), 소현세자의 독살설을 극화한 샌드아트 등”이라며 “스릴러사극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전시회에서도 조선 왕실의 독살설을 둘러싼 유품들에 눈길이 많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한독의 창업주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1950년대 중후반 사업차 독일을 드나들면서 현지의 약학박물관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후, 국내 의약학 유물을 수집해 지난 1964년 개관한 곳이다. 현재는 보물 6점을 비롯해 1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일찌기 의약사에 눈을 돌렸던 30대 청년 기업인의 꿈과 열정이 깃든 곳”이라며 “의료사 연구란 의약을 통해 옛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복원하는 일이며 박물관은 유물을 매개로 삶과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는 말로 사학자이자 박물관장으로서의 자신의 소임을 설명했다.

이 관장은 국내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을 두고 연세대와 서울대 의대가 서로 자신의 ‘뿌리’라고 주장한 이른바 ‘뿌리 논쟁’을 계기로 모교의 의료사 연구에 참여하면서 학문적 진로를 틀게 됐고,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을 거쳐 지난 2004년부터 한독의약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