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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이건희-정몽구’ 빅2, 한전부지 불꽃경쟁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만반의 준비 갖춘 삼성 VS 인수 총력전 현대차’

매각이 진행 중인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놓고 국내 재계 ‘빅2’의 불꽃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양대 슈퍼리치 간의 빅매치이자,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오너家’와 ‘현대차그룹 오너家’의 싸움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매각공고 이후 경쟁구도는 더욱 좁혀졌다.

현대차그룹은 연방 인수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예전부터 한전부지에 대한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 일종의 여론선점이다. 이 자리에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꾸미겠다는 전략도 천명했다. 그룹본사 뿐 아니라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한 곳에 모은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매각 공고 이후에도 “한전부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다른 어떤 인수 건보다 한국전력부지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의 강한의지가 피력된 사안인만큼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은 물론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 회장이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번듯한 그룹 본사에 대한 갈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날로 커지는 그룹 위상에 맞춰, 이에맞는 새로운 본사 부지를 늘 모색해왔다. 지난 2006년 뚝섬의 삼표레미콘 부지(3만2548㎡)에 신사옥을 짓기로 했지만 뚝섬 계획은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서울 양재동 본사가 작아 30개 계열사에 임직원 1만8000여명 중 5개 계열사의 5000명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강남 한가운데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현대차그룹은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브랜드들이 본사와 연계해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늘 아쉬워 했다. 아울러 이를 대외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인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주요 홍보 포인트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을 유치하고, 대규모 관광객도 방문하도록 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언급하며 현대차그룹 인수 시 국가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숙원사안이기도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강남시대는 곧 다가올 정 부회장 시대의 터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삼성은 현대차그룹에 비해 외견상은 덜 드러나 있다. 하지만 물밑작업은 활발히 진행해 왔다. 의지는 현대차 못지 않다. 삼성은 한전부지 매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사업성 검토도 이미 마쳤다는 전언이다. 매각 공고 이후엔 “공고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며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혔다. 방향은 뚜렷해졌다. 17일 입찰 전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의 움직임도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을 중심으로 한전부지 입찰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 입원 전에 이미 승낙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으로선 강남역에 있는 그룹 본사와는 물론, 호텔신라와 연계한 사업시너지도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 분석이다.

삼성의 한전부지 인수는 사실상 몇년 전부터 구상됐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샀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본사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까지 만들었다. 삼성은 인수 후, 개발과정에서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전부지 인수는 최근 그룹 경영행보를 넓히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겐 성공시 여러 이점이 있을 수 있다. 경영능력 인정과 그룹의 미래사업을 짜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부재속에 리더십 확보는 덤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는 국내 ‘빅2 재벌’간의 자존심 대결이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삼성과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를 놓고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승자는 현대차였다. 만약 삼성이 당시 기아차를 인수했다면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판도까지 지금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한전 부지가 부동산이긴 하지만 상징성은 이에 못지 않다. 개발진행과정에서 다양한 신사업들이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사옥 부지는 7만9342㎡(2만4000평)으로 강남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는 물론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여러 사업을 펼치기 좋은 전략적 요충지다.

입찰방식은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곳에서 가져가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이다. 한전은 부지 감정가로 3조3346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 1조4837억원, 장부가액 2조73억원보다 크게 높다. 업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4조원을 넘어 최대 5조원까지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찰자격은 큰 제한이 없으나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은 지분율 50%미만에서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대표 응찰자인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 외국업체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이 거론됐지만 매각 공고 이후 ‘삼성-현대차’로 압축되는 이유다.

국내 재계 1, 2위 그룹인 만큼 자금력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각각 지난해말 기준 186조5000억원과 111조7000억원, 현금성 자산은 21조3000억원과 15조5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투자저하에 따른 대기업 사내유보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한전부지 인수를 통한 국내투자는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여론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향후 개발비용까지 따지면 10조원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은 조심스럽다. 이때문에삼성과 현대차는 무리한 인수로 그룹이 되려 위태로워지는 ‘승자의 저주’를 받지 않는 선에서 최고가를 써낼 것으로 전망된다. 양 그룹간의 치열한 신경전과 정보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자와 자동차 사업을 기반으로 삼성과 현대차를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국내 ‘빅2 오너’들간의 피하지 못할 한판승부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재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승리의 여신’은 18일 한 곳에 그 표정을 드러낸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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