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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기울어진 배’에 타고 있다
신상호 작가 ‘사물의 추이’ 설치展
한국미술계 현실 직설적 문제제기


기울어진 배 그림 앞에 나무 배 한척을 놨다. 철 프레임에 도자를 이어붙인 작품이다. 한눈에 봐도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전시장 한켠에는 낡은 철제 걸상들이 마구 뒤엉킨 채 쌓여있다. 버려진 의자들이 이름없는 학생들의 싸늘한 체온을 간직한 듯 하다.

50년간 생활 도자부터 조형, 평면, 건축에 이르기까지 도자에 대한 도전과 실험으로 장르를 확장해 온 신상호(67) 작가가 ‘사물의 추이(Vicissitude of things)’라는 타이틀로 8월 29일부터 열린 금호미술관 초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창틀과 문틀, 수도 펌프 등 일상의 오브제는 물론 드럼통 뚜껑, 무기 성능 테스트용 철판, 낡은 걸상 등 익숙한 듯 낯선 소재들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 낸 작품들로 7개 전시장을 빼곡히 채웠다. 

Whistle Blower1, 글레이즈 세라믹, 나무, 철프레임 등, 2014 [사진제공=금호미술관]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한국이 처한 현실, 특히 미술계와 미술교육의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예술가는 사회에 무심하고, 사회는 예술가에게 무심하게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견작가로서,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20년 넘게 미술교육의 현장에 있었던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예술가와 예술계의 능동적인 역할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술교육의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미술계의 구조화된 엘리트주의와 폐쇄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 해 평균 1만 명 이상이 미대에 들어간다. 그런데 왜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지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면서 “정체된 교육과 안일하고 억압적인 시스템이 우수한 인재들에게 커 나갈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대학이 덩치 키우는 데만 열중하느라 권력화되고, 체제화되고,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덩치만 크지 내실은 ‘영양실조’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미술대학들이 먼저 시대의 요구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시장 지하와 1층에서는 작가이면서 수집가이기도 한 그가 평생동안 모아 온 아프리카 부족의 무기, 장신구 및 가재도구부터 중국 문화혁명을 기념하는 붉은 타피스트리, 명나라 도자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용과 규모면에서 모두 감탄을 자아낼 만한 컬렉션이다. 단순한 수집 그 자체를 넘어서 수집 대상이 품고 있는 시대성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9월 28일까지 삼청로 금호미술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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