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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영화 ‘명량’ 주역들이 말하는 우리시대 리더십
자기희생·솔선수범…헌신의 리더십 첫손
신념 실천하는 뚝심…지도자의 최고 덕목
무모한 용기는 위험…지략있는 리더 필요

우연의 일치일까. 리더십의 위기를 맞은 한국사회에 이순신 장군이 부활했다. 영화 ‘명량’은 이상적인 리더의 표본 이순신 장군과 그의 빛나는 승전 ‘명량대첩’을 다룬다. 영화는 한국영화계 사상 최고 관객수(28일 기준 1659만6444명)를 기록하며 흥행 광풍을 일으켰다.

‘명량’의 흥행 요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영웅’을 넘어 ‘성웅’(聖雄, 성스러운 영웅)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의 힘이다. 탁월한 지략과 결단력, 인간미를 겸비한 그는 수세에 몰린 조선군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다. 그리고 수십 배 전력의 왜군을 상대로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일궈낸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사적 자긍심으로 들뜨는 것도 잠시, 관객들에겐 무거운 침묵이 남는다. 왜 우리에겐 비극에 입 다물고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 밖에 없나.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명량’의 주역 3인에게 얻었다. 


(왼쪽부터)김한민 감독, 이순신役 최민식, 정병욱 PD

▶“솔선수범·자기희생의 리더십”(김한민 감독)=김한민 감독의 눈에 우리 사회는 “리더십이 부재하고 다양한 갈등이 반복되는 곳”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이 본 것 또한 리더십이 실종된 현실이었다.

그는 ‘명량’의 흥행 동력을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한 그리움”으로 꼽았다. 특히 ‘자기 헌신’의 리더십이 김 감독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순신은 자신부터 내던지는 모습으로 조직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명량해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자기희생과 솔선수범, 절망적인 상황을 승리로 역전시켜낸 힘이 있어요. (이순신이) 자기 희생을 거울 삼아 장졸들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부분이야말로 이 영화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상 명량해전에서 전투 중반부까지는 대장선 홀로 적선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한다. 이에 수군들도 용기를 내 전투에 참여한다. 전쟁을 지켜보던 민초들까지 가담해 대장선을 구해내는 기적을 만든다.

5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자기헌신·희생의 리더십이 유효하다고 김한민 감독은 믿는다. “이순신 장군은 백성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잖아요. 그 모습에 뒤에 물러나 있던 부하들도 전투에 참여하고, 산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민초들까지 이순신을 돕죠. 리더십을 통해 일종의 화합을 이룬 셈이예요.”



▶“신념을 실천하는 뚝심의 리더십” (배우 최민식)=“요즘 한국사회에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요. ‘왜 우리에겐 영웅이 없느냐’ 이거죠” 역사상 전무후무한 리더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현실사회의 리더십 위기를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명량’ 개봉 당시 최민식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의 마음으로 무언가에 달려든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어떤 난관을 겪었든 이순신 장군과 비교할 수는 없겠죠. 이순신은 대신들의 모함 때문에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임금에게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다’며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여요. 자신의 결기와 신념을 누가 알아주던 아니던 간에 실천했던 거죠.”

사실 ‘명량’에서 이순신은 마냥 용맹한 인물로 묘사되진 않는다. 그런 그가 “더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며 전장에서 꼿꼿한 결기를 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신념의 근원이 ‘백성을 향한 충(忠)’에 있었기 때문이다. 승산 없는 전투를 만류하는 아들 이회에게 이순신은 자신이 싸워야 할 이유가 ‘의리’라고 말한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연기하며 되새긴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시대와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이순신 의 정신은 여전히 교훈과 감동을 줄 수 있어요. 그 분이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과정, 이것은 우리가 꼭 공유해야 할 부분이죠.”



▶“뛰어난 지략 바탕으로 한 위기극복의 리더십” (정병욱 PD)=‘명량’ 제작을 맡은 빅스톤픽쳐스 정병욱 PD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그의 마음을 울린 ‘명량’ 속 이순신의 리더십은 뛰어난 지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한 ‘위기극복의 리더십’이었다.

“이순신은 명량대첩을 제외하고는 불리한 형세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아요. 밑도 끝도 없는 용기 만으로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죠.”

용기와 신념 만으로 똘똘 뭉친 리더는 자칫 무모해질 수 있다. 리더라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의 안위를 지키고 희생을 최소화할 ‘지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열세인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울돌목의 물살을 활용할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어요. 죽음도 각오한 용기 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거죠 . 왜군 적장인 ‘준사’는 이순신의 용맹함과 지략, 애민정신에 감화돼 투항해요.”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빛난 건 명량해전 만이 아니다. 특히 거북선과 학익진(鶴翼陣,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로 적을 포위해 공격하는 것) 전술로 대승을 거둔 ‘한산도 대첩’은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해전 중 하나로 꼽힌다. 매 전투마다 무명의 영웅들이 있었지만, 리더 이순신의 탁월한 전술과 판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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