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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팝니다”…블루 오션으로 떠오른 스크린셀러 관광
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각국 필름 · 스크린셀러 여행지
관광산업 초강력 촉진제 역할
韓 남이섬 · 日 아지쵸 대표적
성공 비결은 치밀한 뒷바라지
지역주도형 관광전략 수립해야



최근 한국에서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방송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만,유럽,남미 관광지가 여행장소로 급부상했다는 이야기가 이 곳 일본에서도 들린다. 방송에 나온 여행상품 문의가 쇄도하고, 여행 희망 연령층도 중장년층 이상으로 넓어져 여행사들이 반색한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송된 뒤 일본인 남이섬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처럼, ‘필름ㆍ스크린 셀러’ 여행지는 어느 국가든 관광산업의 초강력 촉진제라 할 수 있다.

일본 역시 관광산업에 영향력이 큰 영화와 드라마 촬영 지원에 적극적이다. 시코구(四國) 카가와현(香川縣) 활동이 대표적이다. 카가와현에서는 현청내에 ‘필름커미션’이라는 조직을 두어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카가와현 다카마츠시(高松市) 아지쵸(庵治町)라는 곳은 일본 내에서도 영화촬영을 통해 폭발적인 여행수요를 이끈 대표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지쵸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촬영지이다. 2003년 8만9000명이었던 관광객이 개봉 후 2004년에는 13만2000명으로 50%이상 늘었다. 영화에 등장한 마을의 20여 곳을 순례하는 것은 관광객 개개인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당시 촬영에 사용되었던 건물은 관광객 증가에 따라 아지쵸 관광교류관으로 복원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관광교류관 옆 작은 우동집 주인은 영화로케 장소 가이드북을 건네면서 “이곳은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면 꼭 한번 와보고 싶은 장소죠. 일본사람들에겐 순순한 사랑의 성지로 불리고 있거든요” 라고 말한다. ‘스크린셀러’ 관광지는 우동집 주인의 눈빛에서 느껴지듯 지역주민의 자부심으로도 이어진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아지쵸마을.

아지쵸 마을의 성공 비결은 우연히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치밀한 노력이 뒤따랐다. 카가와현 다니구치 에이치 국제관광추진실장의 말에 의하면 ‘필름커미션’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고 한다. 카가와현 필름커미션의 활동은 촬영 유치부터 실제촬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영화, 드라마 촬영을 아우른다. 다국어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촬영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의 활동은 물론 촬영에 돌입해서는 촬영시설 및 기자재 소개와 교섭, 엑스트라 자원봉사 모집 등 제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뒷바라지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현청의 별(県庁の星)(2006년)’ 이라는 영화에는 카가와현 직원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현청건물이 영화의 촬영장소로 제공되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현에 속해있는 다카마츠시(高松市)는 영화의 촬영지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실제로 ‘다카마츠시 관광진흥계획(2013~2015)’에는 ‘로케이션 헌팅 등의 지원’ 및 ‘필름 투어리즘의 촉진’이 명시돼 있다.

‘겨울연가’에서 ‘별에서 온 그대’에 이르기 까지 십수년간 ‘한류’ TV와 영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우리나라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인센티브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영상물 로케이션인센티브‘에 의하면. 외국영상물 제작사가 순제작비의 80%를 초과해 투자하는 영화, TV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에 대해 국내에서 집행되는 제작 인정비용의 20~30%를 지원한다. 서울 부산 등 광역지자체도 유사한 지원책을 펼친다.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최근 들어서는 외국 영화사의 한국로케로 까지 이어진다. 2010년 태국영화 ’헬로우 스트레인저‘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 작품이 크게 히트한 이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TV드라마 촬영이 줄을 이었다. 올들어 미국영화 ‘어벤져스2’가 서울에서 촬영돼 큰 화제를 모았고,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제작진의 한국 촬영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꽃보다…’시리즈를 보고 우리가 대만이나 유럽의 유명관광지를 찾아가듯,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도 한국에서 촬영된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보고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일본의 중년여성들에게 있어서 2000년도 중반의 남이섬 열풍이나 K-Pop 아이돌에 대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열광은 모두 영상매체의 영향에 힘입은 바 크다.

영상매체가 촉발한 관광 상품은 단순히 현장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이벤트나 스타를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참여를 통해 몰입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스타를 직접 만나고 싶었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스크린셀러 관광은 ‘꿈을 파는 상품’이다. 아지쵸가 일본사람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람들에게 주인공의 꿈을 선사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은 이제 기초단체로까지 확대됐으면 좋겠다. 일본 다카마츠 아지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듯, 소도시 촌장님들이 지역주도형 관광(CBT) 전략 수립에 참가해 자기 마을 배경 촬영 지원 등을 추진해 ‘우리마을 것이 세계적인 것(Local is Global)’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ㆍ사진 이종훈 한국관광공사 오사카지사장/jlee41@kn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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