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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어매거진 “잘 차린 다채로운 음악 앞에서 예의는 거둬주길”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신스팝(록에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를 가미한 팝)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인디 신에서 밴드 코어매거진(CoreMagaZinE)의 최근 행보는 독보적이었다. 코어매거진이 지난 2012년에 발매한 미니앨범 ‘핍(Peep)’은 뉴웨이브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유려한 멜로디라인을 절묘하게 결합하면서도 록밴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태도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이 코어매거진에게 돌아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들의 다음 작품을 향한 기대는 당연한 결과였다. 최근 발매된 코어매거진의 첫 정규 앨범 ‘루드 뱅퀴트(Rude Banquet)’는 전작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음악적 다양성을 확장시킨 안정적인 사운드로 기대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5일 서울 서교동 카페 커먼인블루에서 밴드의 멤버 류정헌(리더ㆍ기타), 송인학(보컬), 이동훈(베이스), 김기원(드럼), 강민규(키보드)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코어매거진이 첫 정규 앨범 ‘루드 뱅퀴트(Rude Banquet)’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멤버 강민규(키보드), 송인학(보컬), 김기원(드럼), 류정헌(기타), 이동훈(베이스). [사진제공=힙스퀘어]

류정헌은 “전작 ‘핍’의 수록곡들 사이에 다소 넓었던 음악적 스펙트럼을 좁히기보다 그 간극을 새로운 음악으로 채워나가는 데 집중했다”며 “마룬파이브(미국 출신 세계적인 록밴드)의 곡이 템포와 멜로디에 상관없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처럼, 어떤 수록곡을 들어도 코어매거진의 색깔을 느낄 수 있도록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앨범 제작 의도를 밝혔다.

산고는 예상보다 길었다. 코어매거진의 음악에 강렬한 색채를 더했던 보컬 이정호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탈퇴는 밴드의 모든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코어매거진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며 새로운 보컬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김기원은 “새롭게 영입된 보컬 송인학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라며 “문득 과거 공연에서 들었던 인학의 목소리가 떠올라 그에게 연락해 스마트폰으로 조악하게 녹음한 데모를 받았는데, 듣는 순간 멤버들 모두 그 목소리에 빠져들고 말았고 바로 한 식구가 됐다”고 전했다. 이동훈은 “팀이 재정비되고 녹음이 끝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고작 3달 정도였다”며 “이미 우리에겐 새 앨범에 필요한 곡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보컬과의 조화였는데 송인학의 영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힙스퀘어]

얼핏 ‘파티(Party)’와 어울려 보이는 이들의 음악에 앨범 타이틀에 붙은 ‘연회(Banquet)’는 다소 낯설어 보인다. 게다가 이 ‘연회’는 ‘무례한(Rude)’한 자리다.

류정헌은 “나를 주도로 추진됐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 작업은 모든 멤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말 그대로 밴드답게 이뤄져 멤버들 각자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함을 앨범에 담을 수 있었다”며 “격식을 따질 필요 없이 멤버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여러 가지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긴다는 마음으로 듣는다면 조금은 낯선 앨범 타이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해와 별에게 빌었지만 사라져 버린 소원을 새벽에 뜬 달에게 다시 빌며 느끼는 간절함을 담은 ‘달리’와 취업난으로 인해 낭만을 잃고 사는 젊은이들을 향한 응원을 80년대 팝을 연상케 하는 호쾌한 사운드로 노래한 ‘파운튼(Fountain)’ 등 더블 타이틀곡을 비롯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후 받은 상처의 아픔을 공격적인 가사와 연주로 표현한 ‘시바(Shiva)’, 전작의 히트곡 ‘이미 늦은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짙은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가 돋보이는 ‘그래서 하는 말’, 가수 홍경민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이 필 식(I Feel Sick)’, 뮤지션들의 현실적인 고뇌를 담은 멤버들의 작문을 모아 만든 해학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비터 스윗 록앤롤(Bitter Sweet Rock And Roll)’ 등 11곡이 실려 있다. 코어매거진은 록, 디스코, 탱고 등 다채로운 장르를 한 곳에 성공적으로 녹여내며 전작보다 팝에 가까운 사운드를 직조해냈다. 또한 코어매거진은 철저히 기승전결을 의도한 곡의 배치를 통해 수록곡들을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류정헌은 “영화 ‘봄날은 간다’처럼 마지막에 여운이 남는 앨범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트랙리스트를 구성하는 데만도 무려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며 “이번 앨범은 첫 정규 앨범이라는 의미 외에도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하게 만들어줬다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음악 시장이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앨범 발매, 특히 정규 앨범 발매는 상업적으로 모험에 가까운 일이 돼버렸다. 코어매거진은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규 앨범을 고집한 이유를 ‘밴드의 숙명’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류정헌은 “밴드 활동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밴드가 밴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앨범이라는 매개를 통해 음악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앨범을 들어주는 이들에게 단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무조건 순서대로 앨범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개개의 수록곡만으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공연을 벌인 바 있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해외진출”이라며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의 음악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 아시아 각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뒤 궁극적으로 영미권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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