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5년 만에 입 연 김우중, “비속함 있었다…잘못된 사실 바로잡혀야”
-김우중 전 대우 회장, 26일 대우특별포럼 참석…3분 특별 연설

-대우그룹 해체 관련 “우리가 한 일 정당하게 평가 받길 원한다”

-“국가에 도움되지 않는 일 한적 없다”…연설 중 눈물 흘리기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1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비속함’, ‘억울함’으로 회상했고 그룹 해체에 원인에 대해서는 “잘못된 사실이 바로 잡혀야 한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이후 육성으로 이같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직접 참석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15주년을 맞는 대우그룹 해체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날 출간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대한 저자 신장선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의 강연으로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행사가 시작된 지 약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7시7분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이 등장하자 500여명의 대우그룹 출신 임직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가 국내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 해 3월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 이후 약 1년5개월 만이다.

김 전 회장은 “15년 전 우리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고 운을 떼며 “억울함도 있고 비속함도 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니 감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시간이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행사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하게 평가를 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평생동안 항상 앞만보고 성취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것이 국가와 미래세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고 그것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500여명의 대우 임직원들은 그의 눈물에 박수로 화답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한 DJ정부 경제팀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통해 조금이라도 과거보다 나아진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실수가 미래에 다시 잘못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3분여의 짧은 연설을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왔다. 추징급 납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무역부문 사장)은 “일개 직원에게 2조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인가. 당시 법원에서도 징벌적 의미로 추징금을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전두환 추징금과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이런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상황에서 추징금 납부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 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 됐다. 추징금은 대부분 미납 상황이며 연대 책임이 있는 대우그룹 관계자 7명까지 합치면 미납액은 23조원을 넘는다.

대화록을 저술한 신장섭 교수는 이날 오전에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이 책은 추징금이 원천무효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횡령 증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징벌적으로 추징금을 부과했다. 증거가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추징금을 선고한 것으로 포퓰리즘 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김우중 법’을 만들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가를 세번 죽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대우의 몰락이고, 두번째는 재판을 받으며 징역형과 23조원을 추징받은 것”이라며 “희생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부관참시’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특별한 공식 일정 없이 당분간 서울에 머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한국에 오시면 통상 일주일 정도 머무신다. 공식 일정이 예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