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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무개념 슈퍼리치, ‘벌거라티’족(族)를 아십니까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최근 영미권에서 ‘불거러티’(vulgarati)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저속한, 천박한’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벌거’(vulgar)에 ‘슈퍼카’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스포츠카회사 ‘부가티’(Bugatti)를 합성한 말로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급, 초호화 명품을 드러내놓고 과시하는 속물 슈퍼리치들을 가리킨다.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번쩍이고, 경박하며, 아둔한-바로 ‘벌거라티’(Flash, brash and crass – it’s the Vulgarati)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천박한 거부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벌거라티’는 “영국 해롯백화점의 밖에 이중주차 돼 있던 170만달러(17억여원)짜리 금장(金裝)의 검정색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와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된 USB스틱을 소장하고 있으며 제야는 자신의 섬에서 리한나를 불러 콘서트를 가지는 부자들”을 이른다.

텔레그라프는 최근 영국 보수당(토리 당)의 후원금 모금 행사에서 나타난 한 사업가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라 1의 창립자인 억만장자 베르니 에클레스톤의 딸 페트라와 결혼한 제임스 스턴트(28)다. 그는 1대의 롤스 로이스와 2대의 레인지로버, 한 대의 람보르기니의 행렬을 이끌고 행사장에 나타나 점잖은 보수당 지지자들의 달갑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기사는 “제임스 스턴트의 잔돈푼이나 받고 웃음을 팔 데이비드 캐머론(영국 총리)” 운운하며 이들의 천박한 행태를 비아냥거렸다. 벌거라티들은 명품 브랜드를 즐기고, 개인 전용 제트기를 이용하며, 천문학적인 숫자의 소비를 과시하는 전세계 슈퍼리치들의 한 조류를 가리킨다.

천박한 슈퍼리치들을 뜻하는 벌거라티의 상징인 최고급 스포츠카 부가티 베이론.

최근 런던의 시금고를 채워 준 이들은 중동에서 온 벌거라티들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 유럽에 건너온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출신의 중동 부자 가족들이 신용카드로 긁은 쇼핑금액만 7320만 파운드(1235억여원)에 이른다는 것이 텔레그라프의 보도다. 영국 동부의 고급 쇼핑가인 메이페어 본드 스트리트에 태연히 불법 주차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은 벌거라티들의 천박함에 대한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경쟁하듯 수십 억원에 이르는 초호화 결혼식으로 화제가 된 킴 카다시안-카니예 웨스트 부부와 페트라 에클레스톤-제임스 스턴트, 초호화 요트를 사랑하는 사이먼 코웰 같은 이도 벌거라티의 사례로 꼽혔지만, 중동평화특사로 파견되며 전용기를 타고 지중해 휴양을 보낸 토니 블레어 총리도 언급됐다. 반면 데이비드 베컴이나 엘튼 존은 ‘벌거라티’에서 개심한 긍정적인 부자로 꼽았다.

텔레그라프는 “죽음과 상스러움(vulgarity)은 19세기를 설명할 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단 두 가지의 진실”이라고 한 개탄을인용하며 뻔뻔하고 허세에 쩌든 슈퍼리치를 부가 세습되는 현대의 한 현상으로 설명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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