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우회 민생법안 처리 촉구
‘복심’ 최경환 부총리도 측면지원…정치권에 “결단의 리더십” 촉구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난맥의 핵인 ‘세월호’를 우회해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장기 단식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면담요구에 대한 입장 등 세월호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가계 소비증가율이 다소 둔화됐다”며 세월호 참사가 부른 경제난맥상에 대해서만 발언했다. 2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청와대 인사 어느 누구도 만나주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유족들을 직접 면담하고,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이 유족들을 따로 만났던 것과는 분명한 온도차이가 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 청와대가 유족들과 정치적 담판을 짓는 국면은 만들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엿보인다.
대신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경제살리기를 위한 민생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26일 청와대에서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고 민간자문위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정부인사,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 대진단 및 안전산업 발전방안’, ‘금융혁신촉진방안’을 주제로 논의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살리기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한데 이은 경제행보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러한 상황을 꿰뚫고 26일 지원 사격을 감행했다. 그는 이날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8월 국회 회기에 민생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돼도 모자랄 판인데도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며 “그러는 사이 시장에는 다시 ‘그러면 그렇지’라며 무기력감이 번질 조짐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정치권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되, 이와 무관한 민생경제 법안은 분리해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야 국회의원들을 향해 ‘결단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처리가 가장 시급한 법안으로 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원격 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 등 9개 법안을 꼽았다. 대통령의 복심답게 시기적절한 측면지원 사격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 넘기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정현안 챙기기에만 한동안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초에는 노사정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노사정 대타협을 주문하는 한편 조만간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규제 혁파의 고삐를 다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자신만만한 박 대통령의 행보는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추락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4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