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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황혜진> 공기업 직원들은 낙하산을 원한다?
“저희야 관료 출신이 좋죠. 공기업 수장의 능력은 실력보단 ‘친분’이나 ‘인맥’이니깐요.” 최근 수장(首長) 선임 작업이 한창인 한 금융공기업 A 팀장이 속내를 솔직히 털어놨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척결될테니 이제부터 민간출신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거냐고 묻자 이 같이 대답한 것이다.

그는 “내부 입장에선 민간출신보다는 관피아가 낫다”면서 직원들 대부분이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출신이 수장이 되면 일에 대한 사기도 높아지고 전문성도 강화될텐데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이유는 더 아리송했다. 민간출신이 오면 업무 효율성과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 공기업들에게 금융당국은 갑 중의 갑”이라며 “능력은 둘째치고 그런 당국을 상대할 수 있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이 와야 계획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 공기업 수장의 실력은 금융당국과의 친분으로 결정된다”고도 했다.

공식채널로 안되는 일도 수장의 비공식채널을 활용하면 가능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수장의 면면에 따라 웃고 울었던 자신의 직장에 대해 한참 얘기를 풀어놓던 그는 수개월간 수장이 공석이라 요즘은 기존 계획은 물론 야심차게 아이디어를 내도 반영이 안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금융 공기업은 아니지만 금융 유관단체 직원들도 A팀장과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공기업도 아닌 민간 협회인 만큼 금융기관과 끈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수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관피아 수장이 사라져도 그들의 관피아 의존적 의식은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정부가 관피아 척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장기간 공석이던 손해보험협회장에 민간출신이 선임되면서 관피아 척결의 시발점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관피아 논란은 사람만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비공식채널을 통한 ‘알음알음식’ 협의와 공조가 계속된다면 관피아 척결은 단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사람이 아닌 ‘방식’이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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