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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실력에 소통능력까지…뇌사자 신장이식의 베테랑
<젊은 명의들 24>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혈관외과 김지일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2년전,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25살의 꽃다운 여학생(당시 가톨릭의대 본과 2년생)인 차 모양이 급히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실려왔다.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곧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차 양의 부모는 의사의 길을 걷고자했던 딸의 마음을 대신해 장기기증의사를 밝혔고 곧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 각막 2개의 기증을 통해 총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췌장과 신장 1개는 한 명의 환자에게 동시에 기증됐다.

“죽음과 삶이 동시에 교차하는 바로 장기이식센터입니다. 병원처럼 슬픔이 가득한 곳이 또 있을까마는 9개월된 갓난 아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줘 두 번째 생명을 주시는 엄마. 50살까지 시원하게 소변한번 누어보지 못하고 신장결석으로 고생한 이름모를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는 이름모를 아주머니, 60살 아빠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주는 막내 딸에게 차마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아빠와 그 모습을 보고 울어버리는 막내딸...그리고 뇌사자들의 장기기증..전 이런 분들의 숭고한 마음을 전달하는 이식의사라는 직업을 택한게 얼마나 감격스럽고 축복받은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있어요.” 


얼굴을 보면 자신이 걸어온 세월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언제 뇌사자가 후송되어 급하게 이식수술을 하게 될지 몰라 병원인근에서 만난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김지일 교수(49·혈관외과)는 기자가 예상한대로 목회자같은 선한 인상이었다. “조금전에 한 뇌사자 가족들이 장기기증의사를 밝혀 죄송하지만 잠시후에 병원에 가봐야하는데 어쩌죠” 김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좌불안석이었다. 그리고는 괜찮다는 기자의 말에 음식을 몇 술 먹는둥마는둥 빠른 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일단 뇌사자 장기기증이 결정되면 시간과의 싸움이예요. 사망 후 장기가 손상되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김 교수는 지인들에게 별명이 ‘양치기 소년’이다. 뇌사자 이식이 발생하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일 교수는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과 뇌사자 신장이식 수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뇌사자 발생부터 수혜자의 선정, 수술전 처치, 이식 수술까지 전 과정에 참여, 최상의 상태에서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것을 담당한다. 


“예를들어 신장이식수술의 핵심은 혈관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 이식받은 신장을 자기 신장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혈관을 이어주거나 봉합시 온 신경을 집중해 꼼꼼하게 해야합니다.”

기증받은 뇌사자의 장기가 다 건강하게 이식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뇌사자 장기기증은 사전예고없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서 올라오는 케이스가 많아요. 또 환자들은 막연하게 이식만하면 금방 좋아질거라 생각하는데 뇌사자 장기이식의 경우는 생체이식과 달리 장기의 활력징후가 좋은 펀이 아니라서 막상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도 많아요. 건강한 장기라면 관건은 얼마나 신속하게 이식여부가 결정되고 빨리 적출해 건강한 상태에서 이식하느냐죠”

서울성모병원은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역사이다. 1969년 3월 25일 명동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후 1993년 뇌사자로부터의 간이식, 1996년 신장과 췌장 동시이식, 2012년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 이식 등을 모두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69년에 명동성모병원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신장이식을 한 환자는 지금 75세로 34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뇌사자 장기이식도 한 해에 50여명 가까이나 된다. 김지일 교수는 이런 역사를 그 최선두에서 역사를 쓴 장본인이다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경우 2002년 36명에서 2006년 141명, 2010년 268명으로 계속 증가추세로 지난해에는 409명의 장기기증으로 1751건의 장기이식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2012년 기준으로 2만여명이 넘는 실정이다. 2012년 기준의 우리나라 뇌사장기기증자는 인구 100만명당 8.7명정도로 스페인 33.8명, 미국 26.9명, 프랑스 23.2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고 있다.

“90년대만해도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뇌사자 장기기증을 꺼렸어요. 아직까지 뇌사자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평균 5년정도 기다려야해요. 콩팥(신장)만 보면 1년에 이식이 총 1700여건인데 뇌사자가 700여건, 나머지 1000건이 생체이식이예요. 하지만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후 장기기증과 권투선수 최요삼 씨 사후 장기기증 이후 희망자가 부쩍 많아졌어요. 특히, 젊은 층의 장기기증의사가 많다고해요 .참 고마운 일이죠. 젊은 뇌사자 장기기증의 경우 마음이 짠해요. 감사한 마음도 들고. 아무래도 적출수술이나 마무리에 신경도 많이 쓰입니다. 기특하고 고맙잖아요”

뇌사자 장기이식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장기이식수술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탑클래스 수준이다. 수술 건수가 적다보니 지금까지 통계잡기가 어려웠지만 지난해부터 시작한 통계를 보면 미국보다 이식한 장기의 생존율이 높다고한다. 남들이 힘들다고 외면하는 분야를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다보니 뇌사자 신장이식과 뇌사자관리에서 김 교수는 어느덧 최고의 베테랑이 되어있엇다. 2009년에 서울성모병원에 다시 복귀하기까지 일산백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등에서 장기이식센터와 관련한 시스템준비도 기꺼이 도와줬다.

뇌사자 장기이식은 수술만 잘하면 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뇌사자 장기이식이란게 단순한 수술이 아니예요. 꼼꼼한 모니터링, 관련 과와의 긴말한 협진, 숙련된 수술실력, 어느 하나 삐꺽(?)하는 순간 기증자들의 숭고한 정신과 환자의 절박한 사정은 한 순간에 날아가죠. 시간과의 싸움이고 의사와 간호사 스텝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죠. 특히 뇌사자 장기기증은 한 병원에서만 독점하는게 아니라 여러 병원들이 필요한 장기를 배분하는 경우가 많아서 각각 병원등의 스케줄과 절차, 의사소통도 무척 중요해요”

항상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살아야하는 이식외과 교수의 취미는 과연 무엇일까 긍금했다. “ 의대생때는 산악반에 들어 산을 많이 다녔어요. 혼자 버티고, 혼자 생각하고, 해결점 찾고 제 천성이 아닌가 생각해요. 특히, 암벽등반을 좋아해요. 아마 의사 안됐으면 산에 미쳐서 산사람이 됐을지도 모르죠.” 빨리 병원에 들러가야한다며 벌써 반쯤 일어서려는 김 교수에게 좀 더 펀하게 의사생활 할 수는 없었냐, 이식외과 의사된 것을 후회는 안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빙그레 웃으면 답을 하지 않앗다.

“같은 장기이식센터 문일성 교수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뇌사자 장기기증하신 분 장기 적출하고 마무리할 때 정성스럽게 관리 잘하자고. 정말 고마운 분이니까. 그것이 우리 이식외과 의사들의 기본적인 예의이자 고마움의 표현이라고요. 힘든 결정이겠지만 장기기증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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