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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성주호>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우리 현실에 적합할까?
우리나라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한다는 국가전략의 하나로 2005년 12월에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 국민 복지차원에서 선진국형 3층 연금제도가 구축됐다. 도입 9년차인 현재 퇴직연금적립금 규모는 약 88조원에 달한다. 급성장하고 있으나 개선해야 할 문제 역시 안고 있다.

일례로 자사상품 편입으로 인한 근로자수급권 약화, 퇴직연금 적립금의 원리금상품 편중 및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미진 등이 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기금형제도란 기업(사용자)에서 독립된 연기금을 설립해 노사협의회 등이 기금운영관리 전반을 결정하고, 필요시에 자금운용을 외부 전문기관에 일임하는 연금지배구조다. 즉, 하나의 독립된 연금전문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계약형제도는 기업(사용자)과 근로자가 단체협약 등으로 합의하고 실질적으로 제도운영은 금융회사에 일괄 위탁하는 형태로 현재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이에 해당된다.

기금형은 기금투자의 유연성이 크며, 수급권자인 근로자 의견의 반영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노사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현행 계약형에 비해 운영비용이 과다해 퇴직연금 미가입회사의 제도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게다가 기금형은 금융기관에 준하는 인적, 물적 인프라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감독체계의 구축이 한층 더 요구된다. 이는 연금관련 대형 금융사기가 역사적으로 기금형제도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감독체계는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전문가가 부족하고 준비도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면 기금형 제도와 현행 계약형 제도 중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퇴직연금제도 확산에 따른 근로자 수급권 보호와 노후보장 수단인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 근로자 수급권 보호측면에서는 기금형제도와 계약형제도는 모두 적립금이 사외(社外)에 예치되므로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관리감독 차원에서는 계약형이 우수하다. 현행 금융감독체계와 잘 부합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수급권 강화는 현행 계약형에서 근로자들의 은퇴자산이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예치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원리금상품 중심으로 보수화된 이유는 계약형제도 자체 보다는 퇴직급여 운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낙후된 자산운용시스템 때문이다. 이에 투자원칙보고서(IPS) 작성 그리고 투자정책위원회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현행 자산운용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풀어나간다면 현행 계약형은 기금형의 장점을 상당부분 포함하는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특성과 국내 상황에서는 기금형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낮다. 금융산업은 국제화되고 있으나 연금제도는 자국의 사회 경제적 특성이 반영돼 차별적으로 성장, 진화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시간을 두고 정제된 연구 결과에 근거해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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