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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국회 대세’ 박범계… 영웅 등극?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국회 출입 남자 기자들 사이에서 ‘영웅 등극’ 한 발자국을 앞두고 멈춰섰다는 평가입니다. 유명 여배우 송혜교 씨를 국감 증인으로 요청한 것이 이유였죠. 사실 박 의원은 유병언 시신 가짜설과 새누리당과의 국감 법리 논쟁의 ‘창끝’ 역할을 담당하면서, 원내대변인으로서 주목받는 국회의원 중 한 명입니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폭탄 발언을 꺼내놨습니다. 그는 “송혜교 씨에 대한 조세탈루 혐의를 포착한 국세청이 봐주기 조사를 했다”며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송혜교 씨에 대해 국세청이 최대 5년분에 대해 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분만 조사했다”고 주장했죠. 그는 또 송 씨의 세무대리인 김 아무개 씨를 언급하며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도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폭로 당일의 초점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었습니다. 한 전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첫 방아쇠를 당긴 관계 인사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좀 복잡한 설명을 간단히 옮기면,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막역한’ 관계로 알려져 있죠. 태광실업 뒤를 캐면 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돈 줄의 첫 열쇠를 찾아낼 수 있다고 본 것이었죠. 결국 해당 수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졌습니다.

박 의원의 평소 성품과 성향 등을 고려해보면 지난 18일의 폭로는 한 전 청장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청장과의 악연의 고리를 박 의원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강성 친노계’로 분류되는 판사출신 의원입니다. 온화한 성품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인품 좋은 의원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랬던 박 의원이 국회 출입 남기자들의 귀를 혹할만한 대형 사건을 터뜨렸는데, 사실 그게 송혜교 씨를 국감 증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국회 상임위 가운데 국세청을 담당하는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인데, 기재위 국감에서 송 씨를 일반증인으로 신청하자고 요구를 한 것입니다. 결국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 강석훈 의원이 ‘안돼’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좀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송 씨의 국감 출석에만 과도한 관심이 쏠릴 것이란 우려도 있었죠. 기자들 사이에선 우스개로 ‘박범계 영웅’ 코앞에서 좌절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물론 새누리당 강 의원은 박 의원과는 ‘반대’의 평가를 받았지요.

박 의원은 박영선 원내대표로부터 원내대변인 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재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온후한 인품과는 달리 국회 정론관 마이크 앞에만 서면 강하고 센 발언들을 내놓으면서 언론들의 집중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병언 회장의 시신과 관련해 “유병언 씨의 시신이 아니라는 기자들의 녹취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가뜩이나 유 회장의 시신이 유씨의 것이 맞느냐는 의혹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7월 재보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폭탄 발언을 꺼내면서 정국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죠.

최근 세월호 국면에선 판사 출신이라는 법률 전문성을 내세워 새누리당과의 분리 국정감사 실시를 두고 법리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반쪽짜리 국감이 될 것이 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며칠을 사이에 두고 새정치연합은 10월 국감을 열자는 입장으로 방향을 바꿨고, 새누리당은 ‘예정대로 열어야 한다’면서 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회 안팎에선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상임위 일정 조율이 불가능해 사실상 올해 8월 국감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국회 안팎에선 ‘대변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변인은 대외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안티팬’들도 늘어나기 때문에 정작 다음번 재선에선 대변인을 지냈다고해서 꼭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몇몇 대변인들의 재선 탈락 성적을 곁들이면 과히 대변인이 재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약간 부정’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온화한 인품과 적절한 유머, 그리고 약간 ‘고지식’이라 느낄만큼의 원칙주의자인 박 의원의 원내대변인 활약에 국회 남자 기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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