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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히 날 신고해’…보복범죄 7년새 5배
보복범죄자 절반 집유 · 벌금형…피해자 신상정보 유출도 심각
재판기록 열람권 제한 등…제도적 보완장치 마련 시급



지난 2010년, 김모 씨는 돈을 갚지 않는다며 여성 두명을 전기충격기로 공격해 상해를 입혔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2년 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김 씨는 자신이 처벌받은 것이 이들의 거짓 진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었다. 그는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다.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문자를 보내 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두 여성이 집에 발을 들이자 김 씨는 ‘악마’로 변했다. 이들의 얼굴에 장검을 들이대고 비비탄 총을 쏴 억압한 뒤 손과 발에 수갑과 족쇄를 채웠다. 다리에 전선을 갖다 대 전류가 흐르게 한 뒤 ‘죄 없는 김 씨를 억울하게 감옥에 보낸 것을 뉘우친다’는 내용의 거짓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결국 김 씨는 보복폭행과 감금 등의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증오를 서슴없이 표출하고 있어 다시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크다”며 김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범행을 신고하거나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에게 범죄자들이 해코지하는 보복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병석 의원이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75건이었던 보복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 396건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런 보복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0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보복범죄로 1심 판결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모두 1146명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63명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이하의 선고를 받았다.

신고자나 피해자의 개인 신상정보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유출돼 보복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2년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검찰청 의뢰로 연구용역한 ‘범죄피해자 정보보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돼 고통 받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기록이나 재판기록을 열람ㆍ등사 시 피해자의 연락처 및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면서 보복범죄 및 협박, 합의를 종용하는 스토킹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9세 여아를 포함해 여성 7명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은 법원에서 복사한 재판기록을 보고 피해자 인적사항을 파악해 협박편지를 보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주로 당사자나 변호인들이 재판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얻는다. 공소장이나 진술서류에는 피해자나 증인의 이름, 나이, 전화번호, 주소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2차 피해가 예상되는 범죄에는 소송기록열람권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다”며 “피고인 및 피고인 측 변호사의 열람등사권을 제한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예상되면 이를 필요적 국선변호 사건으로 만드는 한편 변호사에게 증인, 참고인등 인적사항을 의뢰인에 노출시키지 않을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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