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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정상들의 ‘에볼라 침묵’
서아프리카로 구호팀 파견 외면…자국으로 확산 차단에만 주력


“에볼라 공포를 차단하기 위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반응은 거의 ‘제로(0)’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1200명을 넘어서자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세계 지도자를 향해 볼멘소리를 냈다.

브리스 드 라 빈냐 MSF 운영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지도자들이 항공 노선을 폐쇄하는 등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만 행동할 뿐 서아프리카를 도와주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번 에볼라 전염 사태에 대해서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서방 정상은 아무런 대응도 내놓지 않았고, 돕지도 않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이 날 MSF를 인용해 “세계 지도자들이 훈련된 구호팀을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 파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에볼라 발병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4월 보코하람에 의해 여중생이 집단 납치된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은 트위터에 ‘소녀들을 돌려달라’는 글을 남겨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볼라 사태의 심각성은 이 보다 엄중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최근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발병국을 다녀왔다는 드 라 빈냐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일으킬 파장 규모를 2010년 아이티 대지진에 비유했다.

30만명이 사망한 아이티 대지진 때 국제사회는 의약품과 기금, 전문인력을 보내는 등 즉각적인 구호활동을 폈다.

유럽 등 선진국을 휩쓸고 지나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때도 각국 지도자들이 리더쉽을 발휘해 효과적으로 전염을 진압한 바 있다.

시에라리온에서 의료 구호 활동 중인 가브리엘 피츠패트릭 박사는 “만일 에볼라가 런던 등 서구 사회에서 발병했다면 감염자가 적었을 것”이라며 “여기서 바라는 건 감염자의 생존 가능성을 극적으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전염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염을 통제할 발병국 정부의 리더십 부족이 가장 화급한 문제로 꼽힌다. 드 라 빈냐 위원장은 “의지, 전문성, 조직력” 부족을 꼽으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한 나라가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에 있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만일 현 단계에서 에볼라 확산이 통제되지 않으면, 다른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물론 에볼라가 진전세를 보이고 있는 기니와 나이지리아를 다시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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