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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인근> 새로운 주거문화 형성을 위한 제언
인간의 행태와 주택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아모스 라포포트(Amos Rapoport) 교수는 어떤 사회의 주거문화나 주택양식은 유무형의 사회적 가치와 참여자간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하였다. 우리나라 주거문화는 아파트로 대표된다. 아파트 중심의 공동주택과 단지문화는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50년 이상 계속되어 온 아파트 건설로 어느 지역을 가도 비슷한 경관이 만들어졌고,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소득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낮아지며 가족의 형태도 혈연중심에서 사회적 관계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는 라포포트 교수가 주장했던 주거공급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집에 대한 생각, 가치매김 등 무형적 요소의 변화를 의미한다. 얼마 전부터 은퇴자, 동호회 등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시골에서 함께 모여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홀로 이루어졌던 시골 이주가 아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모여 살면서,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자 한다. 기존 도시속의 삶의 방식과 다른 생산과 협동을 지향하면서 내적으로는 도시적인 사회관계망을 지속할 수 있는 주거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 신도시 주변에 활발하게 조성되는 땅콩밭 등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 조성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시 서비스를 공유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 단지화하는 계획공동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20대 사회초년계층에서도 함께 집을 짓고, 공유하는 삶을 지향하는 청년주거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은 집 안에서 또다른 형태의 가족을 만들고 계층간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적 주택과 공간을 확장하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택의 형태, 기준, 방식 등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주택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파트 공급과정에서는 배제되었던 소비자가 주도하여 주택을 공급하고, 공유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집합’적 주택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아파트를 비판하면서도 그동안 살아왔던 아파트 공간속에서 삶의 경험은 또 다른 주거문화와 주택양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바람직한 주거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와 공공부문은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전 부터 한옥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은평뉴타운내 한옥마을 조성 등 공공주도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료수급과 적정 표준기술 등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건축기술, 공법, 재료, 계획기준, 관련 법규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짓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주거의 다양성을 갖는 바람직한 주거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택을 짓기 위한 규범, 기준, 관행, 제도, 기술 등 유형적 부분을 정비해야 하며,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도 주거의 다양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공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또한 성공사례를 주변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방향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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