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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자들이 산수를 잘 못한다”... 경제학자가 본 ‘전쟁의 정치학’
크루그먼, NYT에 ‘전쟁론’ 기고
“전쟁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헛된 것이다.”(노먼 에인절, 1910)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은 미국ㆍ유럽 등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진지 오래고, 중동의 이라크ㆍ시리아에서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임시휴전이 19일(현지시간) 깨져 팔레스타인 2세 여자아이 등 2명이 사망하는 등 또다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전쟁을 벌인 각국은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분야를 통틀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인류는 피의 고리, 보복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며 또다른 전쟁을 벌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왜 우리는 전쟁과 싸우고 있나’(Why We Fight Wars)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전쟁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 ▷경제위기 ▷대중의 관심 전환 ▷지도자의 인기 유지 등을 들면서 정치ㆍ경제학적 관점에서의 ‘전쟁론’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장동력을 잃었고, 내부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인 포클랜드 전쟁 역시 아르헨티나 군부가 경제적 붕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전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2003년 ‘테러와의 전쟁’이란 구호아래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인기를 급상승시켰고, 2004년 대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들며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지도자들이 산수를 잘 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승자에게도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끼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쟁 당시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후 신정부 구성에 500억~600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이 이 전쟁으로 치른 비용은 1조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이라크 국내총생산(GDP)의 몇 배에 달했다.

또한 크루그먼은 “푸틴 대통령이 반군을 지원함으로써 싼값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영토 일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의 경제학적 계산 실패를 지적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언론인인 노먼 에인절의 저서 ‘위대한 환상’(1910)의 논지를 인용, 전쟁은 현대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전쟁의 발발에 대해 경계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역시 자신의 저서 ‘전쟁 반전쟁’(1995)에서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단순히 경제적인 손익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치적인 힘을 장악하고 확장하며 유지할 수 있는가도 계산에 포함시킨다”며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진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전쟁론’(Vom Kriege)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며 “모든 전쟁은 정치적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는 목적이고 전쟁은 수단”이라며 정치와 전쟁 간의 종속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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