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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박승윤>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화두
역시 슈퍼스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의 방한 기간중 우리 국민들 가슴을 화해와 평화로 흠뻑 적셨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장애인을 안아주는 교황의 모습은 보는 이를 감동시켰다. 그의 행동에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갈등과 분열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지고 떠났다.

교황의 방한 행사중 기자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을때다. 의자에 앉으라는 관계자들의 잇딴 권유를 물리치고 장애 어린이들의 환영 공연을 선 채로 내내 지켜보는 교황의 모습에서 윗사람으로서 격려하는게 아니라 친구로서 함께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혔다. 팔을 올려 하트모양을 그리는 교황의 천진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진심어린 사랑과 공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리더십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는 것이 시작임을 교황은 행동으로 가르쳤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위로한다고 가서 기념사진 찍기 바쁜 우리네 지도층이 가슴에 새겨야 할 모습이다. “상대방에게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라는 교황의 말이 와닿는다.

낮은 데로 임하는 교황의 리더십은 청빈과 검소함에서 출발한다. 소형차를 고집하고 교황궁 대신 게스트하우스를 거처로 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실천하지 못하기에 파격이다. 관례라며 특권과 특혜를 당연시하는 지도자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유혹을 뿌리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용기있는 실천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권위를 내뿜는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화하기만 한 목자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즉위한 직후 부패한 바티칸은행의 개혁에 나서 비밀금고를 71년만에 공개하고, 경영진을 모두 물갈이해 외부 전문가를 투입했다. 지난6월에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본거지를 방문해 마피아에 대한 파문을 선언하기도 했다. 교황은 한국에서도 가톨릭 수도자들에게는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추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피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다가가는 한편으로 가톨릭과 바티칸 내부의 문제는 과감히 개혁하는 외유내강의 리더십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질주의의 유혹,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하지만, 사실 교황은 전세계를 향해 경제 불평등 해소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금년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부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봉사하도록 함써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세계 파워맨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이 지구촌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은 것도 바로 소득 불평등이다. 교황은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의 개혁을 각성시켰을 뿐이다.

교황은 갔다. 그가 보여준 소통과 사랑, 화해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의 발전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몫이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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