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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엔 노란리본…세월호 유족들 손잡고 기도하다
비공개 면담 등 상처 보듬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했다. 교황은 중요한 행사 때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타났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세례를 베풀기도 했다.

지난 14일 성남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영접나온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맞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씨와 부인 송경옥씨, 사제를 꿈꿨던 고 박성호군의 아버지 박윤오씨 등 유족 4명이 참석했다.

이튿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 전 교황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만나 10여분간 비공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김학일씨 등은 교황에게 십자가와 노란 리본을 건넸다. 이들은 지난달 8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십자가를 멘 채 단원고를 출발해,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교황은 이날 유족들이 건네 준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일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유족들에게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교황을 만난 이호진씨는 교황에게 세례를 받고 싶다고 요청했고, 교황은 이를 수락했다. 이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만의 일이다.

이 씨의 딸 아름씨는 페이스북에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교황님께서 아빠를 기억해 주신다면 바티칸에 돌아가셔서 아이들 얘기도 해주실거고, 언젠가는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교황은 지난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미사 전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이날 오전 서소문 순교성지 방문을 마치고 서울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했던 교황은 세월호 유족 400여명이 모여있던 광화문광장 끝에 멈춰섰다.

교황은 유족들을 향해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차에서 내렸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로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의 두손을 잡았다. 김씨는 노란색 봉투에 담긴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자신의 주머니에 이 편지를 넣었다. 이날도 교황은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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