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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차문현> 잡초의 질긴 생명력
주말을 이용해 텃밭을 가꾸다보니 전에는 느끼지 못한 농부의 마음을 갖게 된다. 작물 하나하나에 정이 가고 날씨에 민감해진다. 특히 요즘에는 여기저기 불쑥 자라난 ‘잡초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얼마 전에는 호박 넝쿨을 타고 올라선 환삼덩굴을 베다가 가시에 살갗이 긁히기도 했다.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면서 문득 우리에게도 ‘잡초와 같은 생존전략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나 호박처럼 우리가 키우는 농작물의 대부분은 본래의 자생 기능을 잃고 사람의 특별한 보호나 원조를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반면 잡초는 인간의 가치관에 얽매여 부정적인 존재로 선고받긴 했지만 다른 농작물과 달리 스스로 고난을 이겨내고 자란 식물이다.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토양학자인 조지프 코캐너는 ‘잡초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잡초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흔들고 있다. 그는 잡초가 ‘작물이 영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마법사이자, 작물의 생존터전인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토양의 파수꾼’이라고 설명한다. 잡초가 작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훼방꾼이 아닐 뿐더러 가축에게 오히려 좋은 먹거리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코캐너가 주목한 또다른 부분은 끊임없이 자라나는 잡초의 생명력이다. 우선 잡초는 싹을 틔우는 시기가 다른 식물보다 빠르다. 먼저 싹을 틔우게 되면 그만큼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잡초의 성장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대다수 잡초는 강한 햇빛이나 건조한 날씨에 잘 견딜 수 있다. 몸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놓고 있다가 광합성에 이용할 수 있어 다른 식물에 비해 훨씬 빨리 자라난다. 게다가 잡초의 씨는 대부분 작으면서 매우 많다. 1포기에서 보통 20만개의 씨를 만들어내며, 씨앗이 가벼워 멀리까지 퍼질 수 있다. 씨앗들이 멀리 퍼질 수 있다면 토양의 양분이나 햇빛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줄어 생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잡초를 강하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시련’이 아닐까 한다. 잡초 입장에서는 온 세상이 시련 그 자체다. 텃밭에 있는 잡초를 보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뽑아내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고, 이런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잡초의 생명력은 스스로 점점 강해진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전기공업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잡초 같은 성격을 지닌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평소 “하늘로부터 가난, 허약, 무학이라는 3가지 은혜를 받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어릴 때부터 갖가지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허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중퇴라는 학력 덕분에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여기며 배우고 익히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요즘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삶의 시련 앞에 힘겨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련이 잡초를 강하게 만들었듯이 현재의 시련은 보다 더 강한 우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는 불멸의 생명력을 가진 잡초처럼 질기고 질긴 생존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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