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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이정희> 균형사회를 위한 조세제도의 필요성
양극화 따른 사회경제문제 심화…소득재분배 통한 불평등 개선
세법개정안 가계소득증대 고심…내부 안전장치 강화해야할 시기



우리 사회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다. 빈부격차, 청년실업, 동반성장, 가계부채, 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담론들의 등장도 이런 현상의 일부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가계소득 증대 방책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회 예산정책처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불평등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세제를 통한 소득불평등(빈곤율) 개선 효과는 한국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율이란 연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가구 비율을 뜻한다. 1에 가까울수록 빈곤층이 많고 0에 가까울수록 빈곤층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전 빈곤율은 0.173%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후 빈곤율은 0.149%로 이스라엘, 칠레,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문제는 한국 세제가 세전 빈곤율을 겨우 0.024%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는 OCED 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낮았다. 세전과 세후 빈곤율 차이가 가장 큰 국가는 프랑스로 우리나라의 11배에 달했다. 이어 핀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등 주로 유럽 주요 국가에서 세제의 소득불평등 개선효과가 컸다.

세제를 통한 한국의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취약했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세전과 세후 지니계수 변화 차이는 0.03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OCED 평균인 0.16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아일랜드(0.26), 독일(0.21), 영국(0.18), 일본(0.15), 미국(0.12) 등과 뚜렷이 비교되는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가구누적 비율과 소득누적 점유율을 연결하는 로렌츠곡선과 대각선(완전균등선) 간 면적의 비율로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하고,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분배를 의미한다.

세제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소득재분배를 통해 불평등 정도를 개선하는 데 있다. 1980년대 이래 신(新)자유주의에 기인한 빈부 격차 확대에 따라 세제에 대한 이런 불평등 해소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경제규모 확대로 인해 산업정책 효과가 크지 않은 점도 세제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프랑스의 경제학자 피케티의 저작이 세계적 관심이 되고 각계의 격론 대상이 된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같은 국내외 움직임을 인지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2013년 말에는 최고세율 적용 소득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큰 세제를 정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 세제의 소득재분배 개선효과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극화 심화, 복지재원의 한계, 비정규직 확대,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을 감안하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세제에 대한 사회적 필요는 더욱 커진다.

향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누적에 기인한 재정 건전성 논의와 연계해, 세수를 확대하고 공평성을 제고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물론 세제와 더불어 다른 정책 수단도 필요하다. 경제사회적 균형을 지향하는 유효한 ‘내부적 안전장치(built-in stabilizer)’를 강화할 시기다.

세금은 만능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금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재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공적 수단 중 하나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가 기울 때는 균형 상태로 복원시키는 평형수를 채워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통한 주요 세력 간의 합리적 균형이 우리 사회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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