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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돈’을 찾아라…독재자 부패자금 연간 41조원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부패정권의 검은돈을 찾아라.’

‘아랍의 봄’이 휩쓸고 지나간 중동과 아프리카 독재자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횡령과 부패자금으로 얼룩진 전ㆍ현직 정권의 자산추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부패자금은 연간 400억달러(41조원). 유엔과 세계은행은 공동으로 ‘은닉자산회수 이니셔티브(StAR)’을 설립해 빈곤국 독재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되찾아 주는 지원프로그램 제공하는 한편 각국은 은닉자산 동결법안 마련 등 국제적 제도 장치도 강화시켰다. 그러나 불법자금이 윈블던 테니스 티켓, 박제동물, 가상화폐 등으로 둔갑하면서 은닉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억’소리 나는 독재자 불법자금=‘은닉자산회수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연간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부패자금은 최대 400억달러에 달한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시킨 빅토르 야누코비치(2010~2014) 전 대통령의 막대한 자금유용건이 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횡령한 자산은 32억달러(약3조29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이집트를 30년간 장기집권하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1981~2011) 전 대통령은 동결 자산만 8억달러(8230억원)에 이른다.

‘검은대륙’ 아프리카 독재자들이 주무른 ‘검은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나이지리아 사니 아바차(1993~1998) 전 대통령의 유용자금은 20억~50억달러(2조600억~5조1500억원), 동결자산만 6억8000만달러(7000억원)다. 회수된 자산 11억달러(1조1300억원)를 빼고도 이 정도다. 세계 최장기 집권자 중 하나인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1979~현재) 대통령 가문의 경우 미국과 프랑스에 보유한 자산이 1억8800만달러(1930억원)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 테오도로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 [출처:구글]

▶속도내는 자산 추격전=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각국이 은닉자산 추적과 본국 송환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자산 추적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각국 정치인들은 불법자금을 은닉한는데 활용되는 ‘쉘 컴퍼니’에 대한 엄중단속을 약속하고 돈세탁 관련 법안을 강화했다. 또 국제적 틀과 양자간 합의 등이 마련되면서 국가간 협력도 공고화됐다.

이에 힘입어 유럽의 조세피난처 원조격인 스위스는 지난 10년간 불법자금 17억스위스프랑(1억9200억원)을 본국으로 송환시켰다. 스위스는 2011년 아이티의 전 독재자 뒤발리에가 스위스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자금을 봉쇄하기 위해 ‘뒤발리에법’을 발효시키기도 했다.

‘뒤발리에법’은 은닉 자금이 예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동결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송환된 자금이 해당국 국민의 생활조건 개선 등 공공선을 위해 사용되거나 국제기구 또는 비정부기구에 전달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뒤발리에법’ 덕에 스위스는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지 몇 시간 만에 자산을 동결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37일이 걸렸던 것과 대조를 보여 더욱 화제가 됐다. 

(왼쪽부터) 사니 아바차나이지리아 전 대통령, 장 클로드 뒤발리에 아이티 전 대통령

▶본국송환까진 ‘미션 임파서블(?)’=이같은 노력에도 불과하고 부패자금의 본국 송환은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은닉자산회수 이니셔티브’는 “지난 2011년까지 15년간 회수된 자금은 5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FT는 “대부분은 발견조자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은닉자산을 찾고 회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자산 은닉이 은밀한 기업구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다수의 사법권한을 거쳐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일례로 나이지리아 정부가 아바차 전 대통령의 은닉자산을 회수하는 데는 14년이 걸렸다. 유럽의 대표 ‘조세피난처’ 리히텐슈타인은 나이지리아 정부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지 14년 만인 지난 6월 아바차의 은닉자산 1억6700만달러(약 1720억원)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반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영국은 2008년 이후 범죄와 관련된 자산을 일체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정부는 2012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자산 회수를 위해 영국 정부에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에 따르면, 불법자금의 56~76%는 선진국 은행에 예치돼 있지만 이들 은행은 보유자산을 제대로 증명해주길 꺼린다. 영국 메트로폴리탄 경찰 부패담당 루퍼트 브로드는 “자산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은닉자산 추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개도국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도 걸림돌이다. 실권을 쥔 정계 인사나 고위 공무원들이 부패에 연루되면서 전임 통치자의 자산회수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산 은닉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불법자금은 쉽게 미술품이나 골동품, 보석 등으로 둔갑한다. 자산회수 전문 변호사 사라 가브리엘은 “상표권, 박제동물, 윈블던 테니스 경기 티켓, 보험증서 등을 예로 들면서 다양한 자산으로의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가들은 신탁회사 등을 차리기도 하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도 돈을 묻어두기도 한다고 FT는 전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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