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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위한 협상…본질 흐려져 안타까워”
송창호 반올림피해자 대표 토로
삼성과 6차협상서 타결 물꼬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을 위한 협상이어야 하는데 본질이 흐려져 활동가를 위한 협상으로 흐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간 6차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삼성전자 측에 “보상 논의를 우선 진행하자”고 제안한 피해자와 가족 5명 중 1명인 송창호(44) 씨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에서도 또렷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송씨는 14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협상에 임한 피해자와 가족 8명이 처음에는 모두 똑같이 처음에는 ‘선(先) 보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하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고 길어질 것 같아 걱정이 됐다. 내 가족도 생각났지만 나보다 더 상황이 힘든 사람들이 걱정이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송씨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1993년 5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5년 반 가량 일했다. 퇴사 9년여 만인 2008년 혈액암 중 하나인 악성 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송씨가 마음을 돌리게 된 데에는 6차 협상에서 보여준 삼성전자 측의 태도 변화도 한몫했다. 그는 “일단 협상 중인 8명을 대상으로 보상 기준을 마련해 다른 산업재해 신청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사업장 안전 관리) 종합 진단도 삼성 측에서 먼저 받겠다고 했다”며 “더 빨리 그리고 많은 이들이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적인 생활의 어려움도 작용했다. 송씨는 “진단을 받는 뒤 나는 일을 쉬고 있고, 와이프가 직장을 다니며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의 생계까지 책임진다”고 말했다.

송씨는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故) 황유미 씨 부친) 씨 등 제안에 동참하지 않은 3명과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는 “착잡하지만 다른 피해자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바람직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3명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6차 협상에서 양측은 대화에 진전을 보이며 타결 물꼬를 텄다. 양측은 ‘반올림’이 제시한 재발 방지 대책 중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에 관한 종합 진단을 받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양측 간 7차 협상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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