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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교황님이 한국을 사랑하는 101번째 이유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오늘 아침 중앙일보 1면 <“내탓이오” 대한민국의 고해성사>라는 톱뉴스가 눈길을 끕니다. ‘내 탓이오’는 라틴어로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군요. 이 핑계 저 핑계 들이대며 민생은 걷어 찬 채 반대로 서로 “네 탓이요”를 외치는 정치권, 나아가 상생과 배려는 고갈되고 대신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 전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엄청납니다. 각 언론에 쏟아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정보량 말입니다. 오늘 아침이 그 절정입니다. 기자 역시 최근에 관련 기사를 쓰느라고 썼습니다만 부족하기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주옥같은 내용들이 국내외 언론동지들의 노력으로 세상 모두에 잘 알려지고 있으니까요.

프란치스코 교황

특히 남미(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 온 발자취는 그야말로 감동의 파노라마입니다. 사제 시절, 2000년 만에 처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 여성의 발을 씻겨주고, 마약과 강력범죄가 들끓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지독한 마피아 소굴을 혼자 다니며 충고와 설득으로 어둠을 비춘 나날들. 그런데 이런 선행들이 하나같이 훗날 차츰차츰 밝혀졌다는 사실이 더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참으로 절묘합니다.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50중반을 살아오면서 나라 전체가 이렇게 꼬인 적 없어 보입니다. 난데없는 일들이 얽히고설켜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에 기(氣)를 불어넣겠다며 기꺼이 먼 길, 갖은 의전과 호사스러움을 배격하고 그저 소탈한 모습으로 한걸음에 불쑥 오시나 봅니다. 

아르헨티나 주교시절 한국교민과 교감(1995년)

지금까지 각 언론에 한국을 찾아오는 이유가 100가지 정도 나왔다면 기자는 마지막 딱 하나를 추가하려 합니다.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2000년 11월인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수행취재단 일원으로 북유럽을 다녀온 적 있습니다. 그 때 김 대통령의 로마 교황청 방문과 교황 알현 행사가 있었고 취재단과 수행원들은 바티칸과 성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때마침, 그 날은 25년 주기로 단 하루 문을 연다는 대성당입구의 거룩한 문(?)이 열리는 바로 그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025년이 돼야 그 문은 또 열리는 겁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는 당연했습니다. 

교황즉위식에 참석한 환자의 건강을 축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2013년)

아무튼 기나긴 기다림의 행렬 끝에 어마어마한 대성당을 둘러보면서 국가(언어)별로 지정된 고해성사 방, 신비한 모자이크 천정과 벽면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충만했던 그 곳에서 미사장면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영광으로 추억됩니다.

이제 그 때 들은 얘기를 전하려 합니다. 대성당 관계자의 말입니다. 뜻밖에도 한국이 가장 사랑스런 나라가 될 것이라더군요. 무슨 말이냐고요? 로마교황청이 굳이 등수를 매긴다면 우리나라가 우등생 축에 든다는 겁니다. 하느님과 교황님이 가장 예뻐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데 이유는 한국 사람들만큼 성당이나 교회에 주말마다 꼬박꼬박 나가는 이들이 없다는 겁니다. 정장이나 깨끗한 옷차림에 성경을 고이고이 가슴에 안고 총총걸음으로 성당과 교회당에 들어서는 그 모습들. 특히 아주머니 부대들의 각별한 자기 헌신적 봉사활동, 그리고 영유아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단체활동은 희망 중의 희망이라더군요. 출석까지 불러가면서 말이지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내부

로마시민들은 대성당이 가깝다는 이유인지는 모르나 은은한 종소리에 의지하면서 집에서 대충 “오! 하느님 그리고 성모마리아여!” 뭐 이런 식이라더군요. 또 유럽인들은 몇 달에 한 번 정도 가족단위로 아주 유명한 성당이나 유적지를 찾는 것으로 ‘퉁’치고말고요.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교황청 입장에서 보면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까지 반듯하고 게다가 말까지 잘 듣는 신자’가 바로 대한민국인 겁니다. 아시아 인구는 세계 인구의 60% 이상(44억명)이지만 가톨릭 신자는 전체의 12%에 지나지 않다고 합니다. 중국 인도 일본 등 1억에서 14억에 이르는 인구대국이 있지만 가톨릭이나 기독교 등과는 다소 거리가 먼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톨릭 신자가 1990년에 비해 지금은 두 배로 늘어 540만 명 선이라고 합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가톨릭 정식 신자(영세)가 되는 셈입니다. 작지만 강한 면모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교황이 연설하거나 축하메시지를 내놓는 곳(성베드로 성당 오른 편 입구)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세퍼드 원(Shepherd One)’이 성남공항에 안착하면 4박5일간의 공식일정이 시작됩니다. 광화문 일대는 물론이고 주 무대가 될 충청권은 이미 축제분위기입니다. 모쪼록 무탈하게 이 땅의 고난과 고통을 거두고 화평과 사랑을 듬뿍 나누는 뜻 깊은 여정이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정성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참고로, 기자는 어머니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15년 전 쯤, 영세를 받으실 때 성모마리아 상, 묵주 등 성물(聖物)을 선물하긴 했지만 신자의 길은 냉큼 따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종교적 지식도 없습니다. 그러하더라도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각별히 환영하는 바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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