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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자사업 팔고 적자기업은 사고…김승연 회장의 ‘역발상 경영’ 화제
‘구조조정의 달인’ 김승연<사진>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이 최근 흑자사업을 팔고, 적자기업을 사들이는 ‘역발상 경영’으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으로 화약제조에서 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제2 창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이번 M&A도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부문을 ‘제3 창업’의 새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재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 회장이 재임 중 한번도 어려운 혁신을 두 차례나 성공시키려고 나선 셈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가구, 자동차, 페인트, 신발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 TDI(톨루엔 디소시아네이트)를 생산하는 KPX화인케미칼 지분 50.7%를 불과 420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930여억원이고 1분기말 자본총계도 780여억원이나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얹어주지 않은 깐깐한 가격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매출 감소로 영업적자가 누적됐다는 점이다. 1분기 공장 가동률은 44%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화 측은 경영정상화를 자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한화케미칼의 석유화학 부문 강화가 이뤄지면 이 회사의 매출은 자연히 늘 수 밖에 없다.

한화 측은 “가동정지 상태인 3개 TDI 공장 가동률을 점차 높여 2015년에는 모두 가동시킬 계획”이라면서 “2010년 3277억원에서 지난 해 1721억원으로 줄어든 매출을 4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KPX화인케미칼의 2010년 영업이익률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 증대만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불과 3년 내에 인수대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적자기업을 사기 전에 한화가 매각한 드람파마(1945억원), 한화첨단소재 건자재 부문(3000억원) 등은 모두 흑자를 내는 우량사업이다. 알토란 자산은 제 값을 받고 팔았지만, 그 돈의 일부로 적자 기업을 인수한 모양이 됐다. 얼핏 고생을 자처한 듯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강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김 회장은 이미 한화손해보험(옛 신동아화재),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등을 인수해 경영정상화에 성공시키며 재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통한다. 이번 M&A도 김 회장의 큰 전략 아래 이뤄진 만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은 태양광과 첨단소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과 유가증권 발행 등으로 1조248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지만, 미래성장동력을 위해서는 투자에도 과감히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난 8일에는 호주의 주택용 태양광 업체인 엠피리얼(Empyreal)을 인수한 데 이어 일본, 독일, 중동 등에서도 태양광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건자재 부문 매각대금을 활용해 해외 자동차 및 필름 관련 소재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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