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라이프] 27억원짜리 벙커…英부호들 ‘세이프룸’ 건축붐
스토킹 위험 방지·현금관리…책장뒤 가족만 아는 비밀공간 배치

룸엔 경찰과 핫라인·자체발전기 등…핵 · 생화학무기도 완벽 차단

가족 안전 위해 거액 아낌없이 투자



외부 침입자를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는 CCTV 모니터. 생화학무기와 핵폭탄으로부터 안전한 콘크리트 및 방탄용 금속 패널의 벽. 경찰과 핫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위성 전화. 오염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장치 및 산소 공급 장치. 명품 디자이너의 의상과 타월이 걸려 있는 드레스룸과 욕실. 건축비용 최대 200만유로(27억여원). 비싸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집 한 채가 아닌 방 하나의 가격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패닉 룸’(panic room) 혹은 ‘세이프 룸’(safe room)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가옥 내 ‘방공호’를 말한다. ‘패닉 룸’은 지난 2002년작인 조디 포스터,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비롯된 말로 기존의 ‘세이프 룸’와 같은 뜻의 단어로 쓰인다. 영화 ‘패닉 룸’은 뉴욕 맨하튼의 고급주택에 사는 모녀가 강도 침입을 받은 후 ‘패닉 룸’에 들어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렸는데, 그 방은 외부와는 완벽하게 차단됐으며 별도의 전화선과 감시 카메라에 연결된 수많은 모니터, 자체 환기 시스템, 물과 비상약 등 생존을 위한 필수품 등이 구비된 것으로 설정됐다. 

최근 런던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핵이나 생화학무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호화 방공호(패닉 룸)을 집안 은밀한 장소에 건축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가 최근 보도했다.

최근 런던의 거부들 사이에서는 이같이 주택 내 방공호를 건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런던의 안전설비 회사인 패닉 룸 컴퍼니는 지난 12월 이후 60%나 수요가 늘었다.

최첨단 기술과 소재를 동원해 설계되고 건축된 ‘패닉 룸’의 수요자들은 영화와 같이 항상 살해 위협에 놓인 첩보원이나 전직 스파이가 아니라 슈퍼리치들이다. 가족들을 보호하고자 노심초사하는 거부들이나 스토커를 우려하는 유명인사, 은행을 믿지 못하고 집안에 현금을 쌓아둔 외국인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패닉 룸에 관한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패닉 룸 자체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서 설치되는 비밀공간이기 때문이다. 보통 책장 뒤나 벽 뒤에 숨겨진다.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기 어려우나 업체들에 따르면 런던의 고급 주택가인 켄싱턴과 햄스테드의 비숍가, 벨그라비아의 이튼 스퀘어 등의 대저택에는 가가호호 설치돼 있다는 게 이브닝 스탠다드의 보도다. 패닉 룸이 설치된 주택들은 런던의 부동산 중개업체인 주플라의 평균 매매가의 5배 이상되는 고가의 가구들이다. 패닉 룸의 건축비용만 최소 6만유로에서 최대 200만 유로에 이른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어림없는 돈이지만, 1500만유로(206억여원) 이상의 저택을 소유한 부자들에겐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억만장자들은 대개 패닉 룸을 첫 아이 출산 전에 설치한다. 슈퍼리치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에 대한 최고의 보호 중의 하나가핵과 생화학무기로부터 안전한 패닉 룸인 것이다. 최고급의 패닉 룸은 경찰 등과의 핫라인, 모니터 뿐 아니라 공기 정화 기능과 산소 공급, 자체 발전과 조명, 난방, 비상식량창고 등이 갖춰져 있어 적어도 일주 정도는 고립된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부 부자들은 패닉 룸에 값비산 미술품 등도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닉 룸 컴퍼니의 폴 웰든 사장은 “부자들은 많이 가질수록 더 신경증적으로 된다”며 “그들은 단순한 절도를 걱정하는 데서 더나아가 도둑이 칼을 휘두르거나 총격을 가하거나 아이들을 납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